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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라하(23.10.11~23.10.21)

프라하 9일차 - 독일 드레스덴(Dresden) 당일치기 여행

23/10/19 목

 

대충 서울-세종 거리

 

드레스덴(Dresden)은 독일과 체코의 국경 근처에 있는 독일의 대도시이다. 프라하에서 버스로 편도 1시간 반 정도밖에 안걸리고, 도시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프라하에서 넉넉하게 머무는 나같은 여행객들은 종종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곳이다. 나도 내일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고 모래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 마지막 메인 스케줄로 드레스덴을 다녀와보기로 했다. 여행중에 하루만에 살짝 다른나라로 다녀올 수 있다는 건 작은 나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동유럽 여행 특유의 재미인 것 같다.

 

예약은 또 Regiojet으로 했다. 몇 번 해보니까 예약하는 것도 뭐 어렵지가 않다. 시간대와 출발 며칠 전에 예약했는 지에 따라 가격변동이 좀 있으니 미리 해놓는게 좋다.

 

와이파이가 있으나마나한 버스를 타고 동유럽의 평원을 잠시 지나 독일 국경을 통과했다. 아무리 같은 EU국가라도 여권 검사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국가들끼리 서로 굳게 믿는건지 버스안에 누가 타고있는지 아무도 신경안쓰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드레스덴에 도착. 날씨는 비가 올락말락 흐린 날씨였다. 드레스덴의 관광지는 대체적으로 알트마르크트(Altmarkt) 광장 중심으로 모여있기 때문에 두세시간 정도면 한바퀴 쭉 돌아볼 수 있다.

 

드레스덴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곳은 츠빙거 궁전(The Zwinger)이다. 드레스덴에서 가장 중요한 바로크 양식의 궁전으로, 작센의 선제후 아우구스투스가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건설했다고 전해진다. 생각보다 많은 유럽의 바로크 궁전이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한 것 같다.

 

츠빙거 궁전
츠빙거 궁전의 랜드마크 왕관의 문
츠빙거 궁전 위의 수많은 조각상들

 

츠빙거 궁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으로 크게 파손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어 지금이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넓디넓은 궁전 터 내에 수 없이 많은 조각상과 황금 장식으로 도배 돼 있는 것이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한값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예술품 수집이 취미였으며 꽤 진심이였는데 그의 수집품이 지금은 미술관, 도자기 박물관 등 드레스덴 여기저기에 전시돼 있다. 또한 그로인해 지어진 많은 웅장한 건물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드레스덴을 상징하고 있다. 츠빙거 궁전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사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고 그 비어있는 공간에 거대한 정원이 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라 포크레인과 흙더미뿐이다. 땅을 까고있는 규모를 봤을 때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유럽은 어딜가나 공사중인 유적지가 많다.

 

츠빙거 궁전 님프의 욕조

 

님프의 욕조는 물이 가득차있어야 이쁜데 아쉽게도 바싹 말라있었다ㅠㅜ. 조각상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고, 궁전 전체를 꼼꼼히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 같다. 농민들을 얼마나 쥐어짰을지. 여기 미술관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도 많고해서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규모가 상당해서 2~3시간 정도는 잡아먹을 듯 하다. 나는 금방 떠날 계획이라 들어가지 않았음. 시간이 된다면 이 궁전만 하루종일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이 타이밍에 여기서 한번 길을 잃었는데, 이 곳의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길을 안내해주셨다. 편견일 수 있겠으나 마치 군인이 자기 임무를 완수하듯 신속 깔끔하게, 똑부러지는 말투로 목적지까지 나를 인도해 데려갔다. 이후에도 여러 사람한테 비슷한 안내를 받았는데 이게 국민성인건지 그런사람들만 만난건지 모르겠지만 체코사람들이 무뚝뚝 츤데레라면 여기 사람들은 그게 더 심해서 거의 군인 느낌이다.

 

아무튼 이후 츠빙거 궁전을 나와서 주변의 관광포인트들을 쭉 돌아다녔다.

 

군주의 행렬. 작센 지역의 역대 군주들의 그림이 순서대로 그려져있다.
젬퍼 오페라 하우스. 젬퍼는 건축가 이름인 듯
카톨릭 궁전교회
크로이츠 교회
프라우엔 교회. 마르틴 루터의 동상이 바로 앞에 있다.
드레스덴 고등법원. 건물이 멋있어서 찍음
아우구스투스 다리. 밑에 차 좀 빼줬으면 좋겠다.
아우구스투스 다리 건너는 중

 

아우구스투스 다리는 위에서 언급한 그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딴 다리이다. 날씨 좋을 날 밤에 다리와 주변 경관을 보면 멋질 것 같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거무죽죽하게 흐린 낮이였어서 뭔가 폐허와 같은 느낌이였다. 개인적으로 프라하 카를교가 더 이쁜 듯.

 

작센주 교육부 건물. 멋있어서 찍음

 

드레스덴의 중심부의 유적지는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가득 차있어서 기본적으로 굉장히 웅장한 느낌이 든다. 프라하와는 다른 도시라는 것이 확 느껴질 정도로 다르다. 여기 왕들이 좀 사치스러웠는지 화려한 조각상들이 여기저기에 많다. 이 훌륭한 건물들이 2차 세계대전 중 드레스덴 전체를 불바다로 만든 대폭격으로 인해 불에 그을린 자국이 대부분의 건물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이러한 건물들은 일부 또는 전체가 파괴되었다가 전쟁 후 시민들이 잔해들을 모아 유적지를 복구시켜왔다고 한다. 굉장히 인상적인 스토리다.

 

관광루트. 3시간이 채 안걸림.

 

아무튼 나는 츠빙거 궁전을 시작으로 알트마르크트(네우마르크트라고도 함) 광장을 중심으로 한 주요 건축물들을 둘러보고, 브륄의 테라스에서 뷰를 보며 강변을 따라 걷다가 카롤라교를 통해 엘베강을 건너 반대편을 산책 한 후 아우구스투스의 다리를 다시 건너 돌아왔다.

 

브륄의 테라스(Brühl's Terrace)는 엘베강과 강 건너편의 뷰를 바라보는 경치 스팟인데, 날씨가 흐려서 그다지 이쁘진 않았다. 그래서 사진도 안찍음. 차라리 강 건너편에서 관광 중심부를 바라보는 게 웅장한 건물들이 한번에 많이 보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당일치기로 갔기 때문에 드레스덴의 야경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낮의 경험으로만 평가를 하자면 바로크 양식 건물이 모여있는 길을 걸으며 구경하는 것은 확실히 한번 가 볼 가치가 있다. 브륄의 테라스에서 엘베강을 내려다 보는 뷰는 날씨탓에 동유럽의 피렌체라는 별명치고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음. 밤에 강 건너편에서 유적 건물들을 바라보면 훨씬 이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독일땅 한번 밟아보는 재미, 다른 도시와는 다른 특별한 개성을 한번 느껴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이 드레스덴 여행의 감상포인트이다. 독일 주변을 여행한다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도시. 당일치기는 좀 아쉬운 것 같고 1박은 적당한데 2박은 아깝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임.

 

점심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는데 한 그릇에 대략 2만원, 저녁으로 먹은 소시지&감자튀김은 소시지 한덩어리에 대략 만원이였다. 물가가 체코에 비해서 매우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