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프라하(23.10.11~23.10.21)

프라하 11일차[完]

23/10/21 토

 

길고도 짧게 느껴졌던 10박 11일간의 프라하 여행이 오늘로 막을 내렸다. 처음 2~3일동안은 앞으로의 여행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는데,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너무도 짧은 시간이였던 것 같다.

 

나는 한달간의 유럽여행 중 무려 11일을 프라하에 할애했다. 이런저런 관광스팟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면서 마치 프라하의 주민이 된 것처럼 여행하고 싶어서이다. 언어가 허락했다면 동네 반상회에도 참가했을 것이다. 왠지 프라하는 그런 여행이 아주 잘 어울리는 여행지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움직이면 2, 3일만에도 다 둘러볼 수도 있는 도시이지만 트램 노선도마저 익숙해지고, 슈퍼마켓 캐셔와 안면을 트게되는 기간동안 길게 여행을 하면서 나는 도심지 한 가운데서의 휴양을 즐길 수 있었다. 볼타바 강을 따라 멋진 뷰를 보며 조깅하면서 동네 사람들이랑 인사하고, 미리 알지 못했던 토요시장을 발견하여 갑자기 구경하고, 날씨가 흐릴땐 카페에 가서 커피와 체코 디저트를 맛보면서 책을 읽으며, 동네 펍에서 대낮부터 계획없이 생맥주를 마셨다. 카를교는 밤낮없이 너무 많이 건너서 이제 좀 물릴 정도다. 아침밥은 계란 등의 식재료를 사다가 공용 주방에서 매일 요리해서 먹었는데, 이것도 재밌었다. 여유로운 여행이 정말 잘 어울리는 도시이다.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해보이는 체코사람들은 사실 뭔가 물어보면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츤데레같은 매력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차가워 보이는 표정을 하며 걷지만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으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곳. 마트에서 물을 찾으며 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가와 '이건 스파클링 워터고 이게 플레인이야' 하면서 챙겨주는 곳. 너무 호객하거나 접근하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편안한 매력이 있는 체코사람들이 그리울 것 같다.

 

 

이제 나는 체코와 아주 가까운 나라. 역사적으로 꽈베기처럼 얽혀있는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과연 체코와 오스트리아는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지?

 

오스트리아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