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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라하(23.10.11~23.10.21)

프라하 6일차 - 프라하 성(Pražský hrad)

23/10/16 월

 

아침 8시쯤 일어나서 밍기적대다가 에그 스크램블을 야무지게 해먹고 외출했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웜업을 위한 간단한 스트레칭을 잊지말자. 오늘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프라하 성(Pražský hrad)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기에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 입구까지 다이렉트로 가지않고 카를교 근처에서 내려서 또 걸어가기로 했다. 카를교는 이미 몇 번이나 산책했던 길이지만 날씨가 맑아서 또 한번 기분좋게 걸을 수 있었다. 선선한 바람과 카를교의 적당한 우글거림이 다리를 건너는 내내 스쳐 지나간다.

 

 

인포센터로 가서 투어 티켓을 구입한다. 프라하 성 투어라고 해서 성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다. 내부에 많은 교회들, 부대 시설들과 박물관을 포함한 이 성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성채로써 기네스북에 등재 돼 있다고 한다. 과연 프라하 관광의 필살기이다.

 

https://www.hrad.cz/en/prague-castle-for-visitors/tickets

 

투어는 A코스, B코스가 있다. A코스가 350코루나(원화 2만원 정도), B가 250코루나(원화 14,500원 정도). A코스가 조금 더 많은 스팟을 포함하고 있으나 나는 B코스를 방문하기로 했다. 티켓의 유효기간은 이틀이고, B코스는 하루면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오디오 가이드가 350코루나(원화 2만원 정도)인데, 한국어 지원이 된다. 하지만 나는 아쉽게도 아직 오디오 가이드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입장권 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여행을 계속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유적지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간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구입할 것이다.

 

1. 프라하 고성(Old Royal Palace)

가장 먼저 프라하 고성으로 들어가 본다. 상상속의 중세시대 성을 생각하다가 처음 이 성을 봤을 때는 그냥 평범한 건물로 보였다.

 

블라디슬라프 홀. 와 진짜 오래돼 보인다.
성 바츨라프 왕관. 세계 최대의 사파이어가 박혀있다고 하는데, 진품은 성 비투스 대성당 어딘가에 숨겨져있다고 한다.
왕좌

 

프라하 고성은 12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전체적으로 살짝 빛이 바래있는 느낌이다. 위에서 두번째 사진의 블라디슬라프 홀은 연회, 대관식, 축제 등등의 무대였고, 심지어는 말을 타고도 들어왔다고 한다. 아치형 천장이 상당히 높긴 하지만 그럼에도 왕궁치고는 전체적으로 좀 소박해 보인다. 창문을 통해 멀리 프라하의 전경이 보인다. 그 중 하나의 창문은 30년 전쟁의 발단이 된 창문 투척 사건(인간투척임)이 발생한 역사적인 창문이라고 한다. 프라하 성 구 왕궁은 일부만 관람객에게 공개되어 있고, 추후 16~17세기에 확장된 신 왕궁은 합스부르크가가 사용하다가 현재 체코 정부기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통령 집무실도 위치 해 있다고 한다.

 

이 성이 개방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아서 30~40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2. 성 비투스 대성당(St. Vitus Cathedral)

그 다음 목적지는 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 성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는 프라하의 어지간한 다른 성당들은 모두 방문 한 후 마지막에 방문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안 그러면 다른 성당이 너무 재미가 없다...

 

 

와 진짜 압도될 정도로 거대하다. 동영상으로 보면 더 웅장하게 보일 것이다. 실제로 눈 앞에서 보면 우와~소리가 육성으로 나오고, 멍하니 넋 놓고 보게된다. 내부 또한 보통이 아니다.

 

알폰스 무하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는 와따시

 

이 성당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도 유명한데, 보헤미아산 유리세공품은 예로부터 유럽 전역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성 바츨라프의 묘
카를교에 동상 있었던 성 네포무크의 묘

 

바야흐로 10세기 초중반(우리나라는 고려 건국 시점 쯤), 보헤미아 대공 바츨라프 1세(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의 주인공)가 신성 로마 제국 황제로부터 성인 비투스의 어깨를 기증받아 이를 보관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 바로 성 비투스 성당이다. 이후 14세기(조선 건국 시점 쯤)에 고딕 양식으로 다시 증축 공사를 시작하여 무려 20세기 초반(조선 멸망 시점 쯤)에 완성된, 짓는 데만 500년 걸린 건물이다. 덕분에 엄청나게 웅장하고 섬세한,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내가 이해하기로 고딕 양식 건물의 특징은 정말로 단순하게 생각해서 위로 뾰족뾰족한 건물형태, 가시처럼 뻗어있는 장식들에 있다. 최대한 신에게 가까워 지고싶다는 당시 종교적 열망이 건축에 반영된 듯 하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좀 거무죽죽하다.

 

종교적, 역사적인 인물들이 많이 잠들어 있고, 왕족의 유해와 보물들도 많이 보관 돼 있다고 한다. 때문에 기독교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의미가 깊을 것이다. 또한 그런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감탄할 수 있을 만큼 웅장한 성당과, 대량의 조각과 장식들, 스테인드 글라스 등 볼거리가 충만하다. 나도 이 성당 안팎을 거의 1시간 가까이 구경했다.

 

3. 성 이르지 성당(St. George‘s Basilica)

공홈에서 가져온 사진. 안찍어서...ㅎㅎ

 

성 이르지 성당(St. George‘s Basilica)은 10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다. 보기에 좀 소박해 보이는 데, 프라하에서 2번째로 지어진 오래된 성당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바로 직전에 성 비투스 성당을 보고와서 그렇다. 그래도 내부에 들어오면 보기보다 천장이 높다. 원래 성당들은 다 이렇게 천장이 높나?

 

여기저기 프레스코화가 많이 보존돼 있다

 

여기도 지하에 군주들의 묘비가 있다고 한다. 내부 동선이 단조로워서 한바퀴 쓱 돌면 금방 나올 수 있다. 15분도 안걸림. 성 비투스 대성당과 비교되는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라는 것이 감상 포인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로마네스크는 로마스타일 양식으로, 아치형 창문에 벽과 기둥이 매우 두껍고, 건물 전체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 프레스코화 장식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나는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

 

4. 황금 소로(Golden Lane)

황금 소로는 프라하 성 외곽의 벽을 따라 형성된 주거 지구이다. 인형의 집같이 생긴 이 마을은 16세기에 형성된, 성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거주지인데, 황제 루돌프2세가 연금술을 연구시키려고 불러모은 금 세공인들이 많이 살았기에 황금 소로(좁은 골목길)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유의 동화같은 분위기 때문에 근현대 작가들이 많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당시 세공인들의 거주지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면서 슥 둘러보면 된다.

 

그렇게 B코스를 하루만에 모두 들러봤다. 이후 프라하 성에서 야경을 보고 내려가고 싶은데, 아직 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살짝 떨어진,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스팟을 가봤다.

 

5. 발트슈타인 궁전(Wallenstein Palace)

발트슈타인 궁전은 프라하 성 밖에 위치한, 또 하나의 궁전이다. 발트슈타인 장군이 거주목적으로 17세기에 지은 궁전인데, 정작 본인은 이 궁전에 3개월도 못살고 사망해 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체코 상원 의회 건물로 사용되는 중이다. 성 밖에 있어서 그런지 궁전의 훌륭함에 비해 인파가 적다.

구석에 이렇게 생긴 신기한 벽(Dripstone Wall)이 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건 아니겠지?

 

프라하 성 투어 티켓에 포함된 곳은 아니다. 단상 위에서 올려다 본 거대한 천장이 멋지다. 또한 정원이 넓고 아름다워서 시간 떼우면서 돌아다니기에도 좋다.

 

그렇게 사진찍고 놀다가 저녁밥을 먹으러 갔다. Pork's라는 한국인들한테 유명한 맛집인데, 팁을 포함해 가격이 좀 비싸긴해도 여기서 드디어 제대로 된 꼴레뇨를 먹을 수 있었다.

 

43,000원어치 저녁밥

 

나이프 박힌게 꼴레뇨(돼지 무릎을 뼈 채로 맥주에 절인 후 구운 음식)인데, 살짝만 나이프에 힘을 줘도 껍데기의 튀김이 파사삭하면서 갈라진다. 바삭한 껍데기와 족발 비슷한 맛의 기름진 고기의 케미가 아주 좋았다. 저번에 그 콘크리트 껍데기 꼴레뇨집이 맛이 드럽게 없는 곳이였구나. 맛집은 꼭 잘 알아보고 가세요. 빵과 같은 접시에 있는 메뉴는 에피타이저로 시킨 돼지 볼살이다. 돼지 볼살은 기름덩어리 그 자체였는데, 안 먹어 보신분들은 궁금하면 드셔보시길. 나는 이제 알기때문에 안먹을 거다.

 

식사 후에 날이 어두워져서 다시 프라하성으로 올라가 야경을 구경한다. 다른 스팟들은 그저 그랬는데, 조명으로 장식된 성 비투스 대성당은 대단함 그 자체였다.

 

누가 성당 앞에서 뽀뽀중임

 

성당이 너무 멋있어서 빙글빙글 돌면서 한참동안 사진을 찍었다. 낮에도 밤에도 웅장한 성 비투스 대성당. 노란 조명 때문에 판타지 영화에 나올법한 황금으로 지어진 성 같다. 꼭 밤에 한번 구경하러 오시길 바란다. 프라하 야경은 버릴 구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