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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24.01.26~24.02.22)

이스탄불 7일차 - 아시아 지구 카디쾨이(Kadıköy), 참르자 모스크(Çamlıca Camii)

24/02/01 목

 

오늘은 셀축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날. 내일 서울로 돌아가는 파트너와의 이스탄불 여행 마지막 날을 아시아 지구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시아 지구는 이스탄불의 아시아 대륙 사이드 지역으로 여러 시가지들중 가장 최근에 흥하기 시작한 곳이라 다른 곳에 비해 젊은 사람들 비중이 높다고 들었다. 모다 공원이나 페리 위에서의 노을이 이쁘기로 유명하다.

 

우리가 주둔중인 신시가지(탁심 광장)에서 아시아지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탁심에서 카바타쉬(Kabataş)로 푸니쿨라를 타고 이동한 뒤에 카바타쉬 페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그럼 아시아 지구의 중심지인 카디쾨이(Kadıköy)에 도달할 수 있다.

 

선착장 뷰. 키야
이런걸 타고 이동한다.

 

놀랍게도 페리요금이 버스요금보다 살짝 더 비싼수준(22리라)으로 매우 저렴하다. 이스탄불에서 저렴하다고 생각한 몇 안되는 상품. 배는 타이밍에따라 15분~30분 간격으로 배차가 있다. 우리는 타이밍이 좋지가 못했는지 30분을 기다리게 됐는데 도착하자마자 음료수 자판기가 돈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고객센터 들락날락 거리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결국 돈은 못 찾음 ㅂㄷㅂㄷ. 암튼 6리라를 포기하고 배에 탑승, 바다를 가로질러 이동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아시아지구 카디쾨이 페리 터미널

 

아시아 지구에 무사히 입성! 대략 30분정도가 걸린듯 하다.

 

터미널에서 밖으로 나오자 마자 넓은 광장이 보였다. 확실히 젊은 사람들 비중이 다른 곳보다 높은 느낌이였고, 길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다. 그러고보니 구시가지, 신시가지에서는 버스킹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고 복잡할 뿐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랜드마크는 따로 없는 것 같다. 위 사진의 페리 스테이션이 이 광장에서 제일 이쁘다.

 

카디쾨이는 젊은 시가지답게 트렌디한 카페와 식당들, 기념품가게나 옷가게 등이 밀집해 있었다.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점심으로 피데(튀르키예식 피자)를 먹은 후 근처 카페에서 디저트를 조졌다.

 

좌 라흐마준, 우 피데. 우리가 생각하는 피자보다 사이즈가 작고 얇다
베리가 섞인 디저트는 신맛이 난다.

 

디저트까지 먹고 주변 시장에서 기념품을 좀 구입했다. 선물용 차, 향신료, 과자 등등 여러가지를 비교적 저렴하게 팔고 있다. 그랜드 바자르같은데서 흥정 전쟁하기 피곤하신 분들은 여기도 한번 둘러보시길. 여기는 호객이 훨씬 덜하다.

 

배를 채운 우리는 아시아 지구의 최대 모스크인 참르자 모스크(Çamlıca Camii)로 이동했다. 에르도안 아저씨가 주도하여 2018년에 완공된 쌩쌩하게 젊은 모스크이다. 참르자 언덕위에서 이스탄불 전체를 내려다 보고 있으며 그 규모가 상당하다고 한다. 6개의 첨탑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숫자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와 함께 튀르키예에서 가장 많은 수이다. 참고로 첨탑 갯수는 모스크의 권위를 나타낸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서 총 1시간 이상을 이동에 쓴 것 같다. 버스로 이동할 때 마다 생각하는건데, 이스탄불은 구글맵의 버스 예상 도착시간을 믿어서는 안되는 도시이다. 진짜 하나도 안맞음. 그 와중에 버스 배차간격도 20분이상인 노선이 대부분이라 버스 이동은 늘 여유시간을 넉넉히 두고 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모스크가 보이기 시작한다. 와 진짜 크다. 여태까지 봤던 모스크들보다도 훨씬 크다. 심지어 모스크의 일부는 컨퍼런스 홀 등 다양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돼 있다. 산업화된 건물이다. 본격적인 모스크는 2층에 있다. 3층이였나? 모스크의 부지가 안그래도 높은데 건물 규모도 크다보니 이스탄불을 내려다보는 뷰도 대단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뷰 보다는 모스크에 더 눈이 갈만큼 모스크가 거대하다.

 

정문
파트너가 찍어온 여성 기도공간

 

분명히 규모도 엄청나고, 엄청 높은 곳에서 이스탄불을 내려다 보는 뷰도 좋은데...뭔가 그냥 그런느낌이 든다. 크기만 하고 밍밍한 느낌이랄까? 새로 지은 건물답게 빳빳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른 이쁜 모스크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굳이 방문해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그냥 졸라 큰 모스크 보고싶은 분들만 오시면 될 것 같다. 그냥 그 시간에 모다 공원 가시길. 엘리베이터도 가까이서 보니까 작동을 하지 않는다. 분리수거 통은 입구는 분리 돼 있지만 내부는 분리가 안돼 있다. 신발 비닐 디스펜서에 비닐이 없다. 운영이 제대로 안돌아가나...?

 

아무튼 모스크를 구경하고 다시 카디쾨이로 이동하기로 한다. 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한참 넘겨 도착한 버스를 탔다. 선셋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모다 공원에서 산책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다...ㅠㅠ 이놈에 버스... 하지만 괜찮다. 왜냐면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바라보는 선셋은 전 세계 선셋중에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뷰이기 때문이다. 카디쾨이 항에 도착해서 딱 선셋이 시작되기 직전에 떠나는 페리를 탑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원따위는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듯한 도심속 바다위의 아름다운 선셋을 볼 수 있었다. 모다 공원은 버리자고 말한 파트너의 결단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구시가지의 모스크들. 첨탑갯수가 제대로 보인다.
좌측에 구시가지, 우측이 신시가지
마이덴 타워
멀리 돌마바흐체 궁전이 보인다.

 

바다위에서 정말 멋진 선셋을 감상했다. 모스크 구경, 음식과 더불어 이스탄불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중 하나인 것 같다. 30분의 항해동안 바람이 많이 불어서 꽤 추웠는데도, 구경하느라 실내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만족스러운 아시아 지구 여행 후 우리는 지금까지의 여행을 마무리 하고 내일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이스탄불은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이다. 구경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으며, 먹을 것도 많다. 유럽같기도 하면서 아시아스럽다. 알록달록 하다가도 투박해진다. 투박하면서도 배려심이 넘친다. 길을 걷고있으면 왜 저러나 싶을정도로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는데, 잠깐이라도 헤매고 있으면 총알같이 튀어와서 도와준다. 버스시간 같은건 하나도 안맞지만 교통비가 깜짝 놀랄만큼 저렴하다. 물가가 한국보다는 싸지만 생각만큼 싸지는 않아서 방심하면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물 한명에 몇 백원 수준에 팔면서 관광지 티켓 가격은 세상 살인적이다. 음식점의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가게가 정신없이 헬로~ 안녕하세요~ 니하오~ 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곳. 그러면서도 케밥집 호객꾼한테 피자먹고싶다고 말하면 자기 인생피자집 주소를 구글맵에 찍어주는 그런 곳... 모스크라는 건축물에 대해 환상을 품게 해 주고 역대급 선셋과 바다를 보여준 도시.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거를 타선이 없었던 곳.

 

이런 도시와 사람들을 혼자서 마주했으면 정말 심심할 뻔 했다. 여기까지 와서 같이 놀아준 파트너에게 감사하다. 세상에는 혼자여행하기 좋은 곳이 있는가하면 파트너와 같이 여행해야 더 좋은 곳이 있다. 이스탄불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도 꼭 파트너와 함께 오길 바란다. 이 정신없는 도시에 대해 함께 경험하고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저녁밥은 그때 그 맛있었던 케밥집을 한번 더 가기로 했다.

 

 

셀축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