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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24.01.26~24.02.22)

이스탄불 3일차 -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keoloji Müzeleri), 쉴레이마니예 모스크(Süleymaniye Camii), 이집션 바자르(Mısır Çarşısı)

24/01/28 일

 

오늘은 이스탄불 관광의 핵심인 구시가지를 처음 방문하는 날. 구시가지의 첫 목적지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keoloji Müzeleri)이다. 이 곳은 대략 340리라(약 15,000원정도)로 입장할 수 있다. 탁심광장에서 카라쾨이로 버스이동한 후, 트램을 타고 한번 더 이동한다. 이스탄불은 환승개념이 없어서 뭔가 손해본 기분이다. 조금만 걷다보면 입구가 나타난다.

 

 

우리는 이미 구입해 둔 이스탄불 뮤지엄패스(ㅂㄷㅂㄷ)로 입장했다. 뮤지엄패스가 있으면 매표소 줄을 설 필요도 없어서 이익이 되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다. 정문에 주요 전시관 3개 중 2개가 입장 불가라고 써있다.

 

 

비수기라서 더 공사를 많이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스탄불의 유적지는 꼭 영업중인지 잘 알아보시길 바랍니다ㅠㅠ. 어쨋든 우리는 정문으로 들어왔다.

 

 

박물관 건물이 참 이쁘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라고 한다. 정원까지 슥 둘러보기 좋다. 커피들고 들어가도 되는줄 알고 들어갔다가 쫒겨났다. 다 먹고 다시 들어감.

 

사진은 찍어도 되는건지 사진찍지말라는 안내도, 제지도 없었던 특이한 박물관이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튀르키예가 사진 촬영에 좀 관대한 것 같다.

 

석관. 디테일을 굉장히 선명하게 복원해놨다.
포세이돈
티케
제우스
하드리아누스
고대 리디아(Lydia)왕국의 동전들. 리디아 왕국은 최초로 주화를 사용하였다.
와 이거 뭔지 모르겠는데 진짜 멋있다

 

박물관에는 지중해 인근,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 보물들이 전시 돼 있다. 그리스 신화 관련 유적들이 많은데, 아테네의 박물관에서 봤던 유적들과 많은 것들이 맥락상으로 겹친다. 당시 지중해 인근이 문화적으로 동질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다.

 

볼 수 있는 전시관이 하나뿐이라 다 돌아보는데 2시간이 채 안걸렸다. 게다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서 좀 더 아쉬웠던 것 같다. 세계 어디든 한국어 가이드는 없는 곳이 많은 것 같은데, 가이드의 유무가 박물관 관람 재미에 큰 차이를 주기 때문에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아무튼 박물관을 나오니 대략 3시 언저리. 다음 스케줄인 쉴레이마니예 모스크(Süleymaniye Camii)로 이동하기로 한다. 가는 도중에 오스만 제국의 술탄 마흐무2세, 압둘하미드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이 안치된 묘지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고급스런 커버로 관이 덮혀있다.

 

이 곳을 포함한 종교적인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여자가 들어갈 때는 머리카락을 가려야 한다. 우리도 잠깐 들어가서 살짝 둘러보고 나왔다. 다음 목적지인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로 이동한다. 관광객은 입장할 수 없는 모스크 기도시간이 오후에 몇번씩이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

 

바예지드 타워

 

모스크까지는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야 한다. 언덕 위에 위치해 있으므로 뷰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야경이 이쁘다고 했다. 우리도 여기 올라가서 야경까지 맛있게 구경하고 내려올 예정이다. 구시가지 전체가 넓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도 어디든 금방 도착할 수 있다.

 

 

모스크를 직접 이렇게 가까히서 본건 말레이시아 이후로 처음인데 실제로 본 모스크는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건축물이였다. 둥그런 푸른색 지붕과 하늘, 꼭대기의 황금 장식, 첨탑(미나렛)들과 날아다니는 새들의 조화가 마치 색감을 맞춰서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이 깔끔하고 아름답고 웅장하다. 워낙 거대한데다가 층층이 고도가 점차 높아지는 건물 구조가 마치 한 덩이의 언덕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관만으로도 멍하게 계속 쳐다볼 수 있을 것 같다. 모스크가 이렇게 이쁜 건축물이였구나. 돔 형태의 뚜껑들은 하늘과 색을 맞춘건지 이스탄불의 대부분의 모스크들이 뚜껑이 하늘색이다.

 

 

잠시 외부를 감상하면서 둘러보다보니 마침 딱 기도 타임이 종료되고 신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는 다른 출입구를 통해 입장했다.

 

 

모스크의 내부는 벽과 기둥, 아치와 중앙 돔의 크고 작은 장식들과 패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높은 곳에서 들어오는 빛과 머리 바로위에 떠 있는 전구에서 나오는 빛들이 묘하게 어울려서 공간이 훨씬 넓어보이는 느낌이 든다. 이슬람이 남성위주의 종교인지라 건축과 예술이 크고 투박하고 마초스러울줄 알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하다. 동유럽의 성당들에서 봤던것들과는 확실히 색감이 뚜렷하고, 우상숭배에 대한 교리 때문에 내부에 종교적인 그림이나 조각장식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패턴의 그림과 글이 그려져 있다.

 

기도하는 공간이 남성용, 여성용으로 분리 돼 있는데, 여성용 공간은 뒷쪽으로 빠져있고, 가림막이 쳐져 있어서 앞에서 봤을때 눈에 잘 안보이도록 돼 있다. 마치 눈에 안띄게 일부러 숨긴듯 한 인상을 주는데, 한국에서는 일상적이지 않은, 말로만 듣던 현장을 실제로 보니 뭔가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스크 구경을 끝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야경을 봐야 하는데, 일몰까지는 아직 1시간 반정도 남아있어서, 근처 주요 전통시장중 하나인 이집션 바자르(므스르 차르슈, Mısır Çarşısı) 구경을 하기로 했다. 모스크에서 10분정도만 걸어가면 금방 도착한다. 17세기부터 이어져온 시장이라고 들었다.

 

 

이 곳에서는 향신료, 터키 전통과자, 차, 수공예품을 주로 파는데 딱 봐도 관광객 바가지로 돌아가는 시장이였다. 들어가자 마자 미친듯한 호객행위에 정신을 잃을 뻔 했다. 한국인들이 여기서 호갱을 많이 당하기로 상인들 사이에서 소문들이 도는건지 '안녕하세요, 항국인!'으로 호객이 시작된다. 계속 자기네 가게로 들어와보라고 하면서 과자나 빵, 차 등등 이것저것 먹인다ㅋㅋㅋ. 분명 맛은 있는데 가격을 물어보면 당연히 무지하게 비쌈. 일반적인 상점에서 사는게 더 낫다. 선물용 기념품은 아시아 지구가서 사시길... 정신없고 사람많고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불쑥 말걸고, 많은 오브젝트가 널부러져있는 쇼핑몰을 극혐하는 내 성격상 전통시장은 정말 힘겨운 곳이다... 그나마 정신 잡은 파트너 덕분에 공황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1회전하고 나왔다. 여기 한국어를 잘하는 사장님 덕분에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가게가 하나 있는데, 다른 상점들에서도 그걸 보고 따라하는 것 같다.

 

이집션 바자르를 빠져나오니 슬슬 해가 지려 하고있었다. 다시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로 이동해서 해질녘의 모스크와 이스탄불을 감상했다.

 

 

생각보다 이스탄불의 야경은 별게 없었다. 오히려 해지는 저녁의 모스크가 정말 이뻤다. 유럽이나 북미 등 흔히들 여행가는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튀르키예이기에 볼 수 있는 멋진 광경이다. 좀 호들갑 같지만 모든 건축물 종류중에 가장 이쁜게 모스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스탄불에서 많이봐야지. 여기도 이 정도로 멋진데, 내일 방문할 아야 소피아는 얼마나 충격적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

 

 

오늘도 저녁까지 야무지게 일정을 소화한 우리는 저녁밥으로 요거트 케밥을 먹었다. 뭐 이런 괴랄한 음식이 있나 싶지만 케밥과 요거트의 시큼한 맛의 조합이 의외로 괜찮았다.

 

아래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밤 이스탄불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