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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24.01.26~24.02.22)

이스탄불 4일차 -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 아야소피아(Ayasofya),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 Ahmet Camii)

24/01/29 월

 

아침밥으로 빵을 먹었다. 튀르키예식 참깨빵 시미트바클라바, 차이와 튀르키예식 커피인 카바. 시미트는 심심하고 고소한 맛, 바클라바는 달고 바삭하고 끈적한 맛, 커피는 향이 강하고 쓴 맛이 난다. 튀르키예 커피는 거름망 없이 커피 가루를 물에 넣고 바로 끓여버리기 때문에, 다 먹고나면 진흟처럼 바닥에 찌꺼기가 남는다. 맛이 엄청 특별하진 않지만 한번 마셔보는 재미가 있다. 바클라바는 내가 단맛을 별로 안좋아 하는데도 꽤 맛있게 먹었다.

 

 

아침식사를 달달하게 마친 후 다시 버스와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15세기 중순부터 돌마바흐체 궁전이 건설된 19세기 중순까지 약 400년간 술탄의 거처였던 곳이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궁전일지?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 정문을 향해 걷는다.

 

매표소
살살 걷다보니 금방 정문에 도착했다

 

오 정문이 꽤 느낌있다. 입장료는 340리라 정도로 비싸지 않았던 것 같고 우리는 뮤지엄패스를 사용한다. 술탄과 오스만의 위세에 비해 궁전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건물 크기도 다층건물이 거의없고, 부지나 정원도 다른 유럽국가의 궁전에 비하면 소소한 느낌.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각 건물 내부는 술탄이 수집하거나 선물받은 수도없이 많은 보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궁전이라는 이름의 보물 박람회같은 느낌이다. 정말 수도없이 많다. 튀르키예에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지원되는 몇 안되는 유적지이므로 오랜만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번역투가 너무 많아서 알아듣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없는거보다야 훨씬 낫지...

 

의회 건물
여기 의자에 앉아서 회의 했다고 한다.
손님 응접실
술탄들과 그 가족들이 입었던 옷 전시관. 동양스럽기도 한데 또 아닌것 같기도 한중동풍의 옷들. 근대에 가까워 질수록 급격히 서양화 된다.
술탄의 도서관

 

술탄들의 프라이빗 생활공간도 지금은 보물 전시관으로 가득차있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물건들, 머리카락 등의 신체 일부들도 성물로써 보관되고 있다
건물 내부에 뷰가 좋은 라운지가 있다.
86캐럿짜리 Spoonmaker's  Diamond
체스판, 체스말
정의의 탑

 

많은 장소들이 보물창고로 변했지만, 어떤 건물이 어떤 용도였는지 확인 하면서 술탄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살았구나 하는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고, 전시된 온갖 보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었다. 가성비도 좋고, 오디오 가이드도 지원되므로 꼭 방문 추천드린다. 후기들 보니까 돌마바흐체 궁전이랑 여기랑 둘중 하나만 방문하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화려하고 웅장한 돌마바흐체 궁전보다는 이렇게 일상적이고 와닿는 톱카프 궁전이 더 좋은 것 같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밥을 먹고 다음은 모스크로 간다.

 

식당에 누워자는 고양이

 

이스탄불 모스크 중 가장 유명한 두 모스크 아야 소피아와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구시가지 중심부에 함께 붙어있다. 우리는 둘중에 기대하던 아야 소피아를 먼저 가기로 한다.

 

 

지어질 당시에는 비잔틴 제국의 성당이였던 이 거대한 아야소피아(Ayasofya, 하기아소피아라고도 함)는 외관부터 다른 모스크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어제 봤던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보다도 거대한 것 같은데, 관광객에게 개방된 입구가 마당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외관을 가까이서 360로 둘러볼 수가 없었다. 아야 소피아에는 입장료가 없는걸로 알고있던 우리는 입구로 들어갔다가 바로 가로막혔다. 표를 사오라는데...? 알고보니 1월 중순부터 입장료가 생긴 것. 매표소를 갔더니 26유로(약 37,000원)라고 써있었다. 너무너무 비싸다... 뮤지엄패스에 포함도 안된다. 그래도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고 내부를 꼭 보고싶어서 티켓을 사긴 했지만, 마치 관광객이 여기를 안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자기나라 화폐를 못믿어서 가격을 유로로 써놓은 것도 참... 암튼 그렇게 투덜투덜하면서 들어갔다.

 

내부는 와-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압도적인 웅장함과 독보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과연 왜 여기가 이스탄불 최고의 모스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화려함 그 자체다. 내부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도배가 된 듯하다. 아야소피아 건설을 주문한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는 이 대성당이 건설되고 신에게 감사의 의미로 황소를 600마리인가 잡아서 바쳤다고 하는데, 그게 이해가 될 만큼 장엄하고 훌륭하다. 오스만의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며 병사들에게 아야소피아를 훼손시키기 말라고 명했다고 하며, 정복 후 첫 예배를 이 곳에서 올렸다고 전해진다. 이후 모스크로 용도가 변경된 아야소피아의 내부는 오스만과 이슬람의 스타일로 덧칠되었으나, 그것도 오래되어 벽의 칠이 벗겨져 과거 성당이였을 때의 모습이 일부 드러나있다. 아주 오랫동안 두 종교가 이 곳에 존재했다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일부 모자이크 벽화는 지금도 보존이 돼 있다.

 

 

잘 보존된 역사적 가치, 미적으로 아름다운 내, 외관은 여기를 한번쯤 꼭 와볼 가치가 있는 유적지로 만들어 준다. 다만 이제는 1층을 내려갈 수 없다는 점이 좀 많이 심하게 아쉬운 부분. 모스크는 1층에서 위를 올려다봐야 그 규모를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2층에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37,000원이나 줬는데, 들어갈 수 조차 없는게 너무 아쉽다. 종교인들과 관광객을 분리하기 위함이라는데, 꼭 이럴필요가 있나 싶다. 나는 분명히 꼭 한번 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 거금을 주고 2층만 보고 오라고는 추천하기 힘들 것 같다. 이스탄불에 다른 모스크들도 많기 널려있기 때문에 돈 아까운 사람들은 밖에서만 보세요...

 

굳게 닫힌 1층 입구

 

야아소피아에서의 놀랍지만 아쉬운 경험을 뒤로하고 정원 건너편에 있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 Ahmet Camii, 블루 모스크라고도 한다)로 이동한다. 모스크는 격에 따라 첨탑 갯수가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어제 갔던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와 오늘의 아야소피아는 4개의 첨탑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금 가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17세기라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지어졌고, 규모도 다른 두 모스크보다 작지만 무려 6개의 첨탑을 보유하여 이스탄불 최고의 격을 자랑한다. 지금 에르도안 대통령이 건설한 참르자 대모스크도 첨탑이 6개라고 하는데, 자신의 격이 술탄급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듯 하다.

 

아무튼 모스크로 들어가보자. 역시나 대리석 타일과 거대한 모스크의 조합이 아름답다. 아야소피아에 영 안좋은 추억을 방금전에 만들어서 그런지 더 이뻐보인다. 심지어 입장료도 무료다.

 

오벨리스크와 청동 뱀 동상

 

술탄의 모스크답게 광대하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모스크 구경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훌륭한 모스크만 방문해서 그런걸까. 또 한참을 감탄하다가 나왔다.

 

지금껏 방문한 모든 모스크에는 복장 규정이 있었다. 여자는 머리카락을 스카프로 둘러싸야하고, 다리를 가려야 한다. 모스크 내부에 들어가면 스카프와 치마를 렌탈해 준다. 남자들도 너무 짧은 소매나 바지를 입을 수 없으며,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모스크 근처에는 늘 발을 씻는 세면장이 있고, 현지인들이 발을 많이 씻고 있다. 현지인들은 모스크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어떻게 생각할까?

 

성 하나와 모스크 두개를 보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한식이 그리워진 우리는 집에 가는 길에 한식당을 가서 김치찌개를 포장했다. 무려 1인분에 2만원짜리 김치찌개! 1인분만 샀다...

 

 

하... 진짜 맛있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