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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24.01.26~24.02.22)

이스탄불 2일차 - 탁심 광장(Taksim Meydanı),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Caddesi), 성 안토니오 성당(Church of St. Anthony of Padua),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çe Sarayı), 갈라타 다리(Galata Köprüsü), 갈라타 탑(Ga..

24/01/27 토

 

점심을 먹으러가기 위해 탁심 광장(Taksim Meydanı)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낮의 이스탄불.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내내 비가 온 탓에 땅이 온통 젖어있지만 어느덧 모두 개고 맑은 하늘에 태양빛이 비치고 있다.

 

골목길
탁심 광장
??? 이분 왜 목이 없음??
컬러풀한 튀르키예식 아침식사 카흐발트(kahvaltı)

 

탁심광장을 지나 도착했다. 백종원 선생님이 맛있게 드셨다는 터키식 아침밥집으로. 처음으로 먹어보는 터키 음식인데, 뭔가 얼핏 보기에 한정식 비주얼이지만 실제로는 상상도 못한 맛의 연속. 하나같이 다 새로운 맛인데 대부분 단맛이 난다. 맛이 없는건 아니지만 입맛에 딱 맞는건 아니고 먹다보면 식사에 대한 내 상식이랑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쾌하게 열받는달까... 외국여행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근데 2인상으로 거의 3만원 가까히 나왔는데, 팁을 대놓고 요구했다. 진짜 대놓고 '팁 얼마줄래?' 이렇게 물어봤음ㅋㅋㅋ. 유럽과 북미에서도 이런적은 없었는데, 아 터키 재밌네. 암튼 한국돈으로 2천원 정도 주고 나왔다. 놀랍게도 여기가 터키 여행중 팁을 지불한 처음이자 마지막 가게이다. 여기는 이런식이구나.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관광을 시작했다.

 

동네 사진
동네 사진

 

유럽풍의 주택가를 지나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Caddesi)에 도착했다. 쇼핑하기 좋은, 서울의 명동같은 거리. 관광객들도 현지인들도 많이 보이는데, 건물 생김새나 트램, 거리 여기저기의 디저트 가게들이 유럽의 시가지 느낌을 물씬 풍긴다. 물론 엄청난 호객행위들은 이스탄불만의 개성이다. '니하오'라고 말을 많이 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녕하세요!'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한국인들이 여기서 호갱을 맛있게 당하나보다.

 

 

거리 중간에 있는 큰 디저트 가게. 터키 전통 디저트인 로쿰이나 바클라바 등을 팔고있다. 거리 여기저기에서 이런 디저트를 팔고있는데 저렴하지는 않은 것 같다. 혹시 선물용으로 사실 분들은 아시아 지구의 카디쿄이(Kadiköy)가서 사시길.

 

이스티클랄 거리 한가운데에는 큰 성당이 하나 있다. 성 안토니오 성당(Church of St. Anthony of Padua). 1900년대 초에 지어진 성당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네오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외관이 굉장히 이뻐서 그런지 방문자가 꽤 많다. 이슬람 국가에 와서 처음으로 방문한 종교시설이 성당인 것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거울인줄 알았네

 

이스티클랄 거리를 대충 거닌 후 우리는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çe Sarayı)으로 가기로 했다. 1800년대, 오스만 튀르크가 세계사의 근대화&제국주의의 흐름속에 따라가지 못하고 뒷방 늙은이가 되어가던 시점에 마지막 가오를 살리기위해 지어낸 궁전.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하여 굉장히 화려하다고 한다. 완공 이후 1900년대 초반 터키 공화국이 수립될 때 까지 술탄의 거주지였다. 오스트리아의 쇤부른 궁전에서 재미를 크게 본 우리는 한껏 기대를 안고 출발했으나... 구글맵에 안내된 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았다. 다른 관광객들도 어리둥절한채로 서로서로 버스 여기서 타는거 맞냐고 물어보는데...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안오는데 뭐 답이 나올리가 있나ㅋㅋ 결국 무려 40분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다른 완전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시계탑
화려한 정문

 

와 진짜 화려하다. 궁전 내부는 얼마나 사치스러울지 기대하면서 한참을 줄을 서서 매표소로 입장을 하는데... 내 차례가 다가오자 점차 보인다, 가격표가... 입장료가 무려 1,050리라(약 45,000원). 와 2명이면 거의 10만원인데 이건 너무 비싸다... 패닉에 빠져 일단 줄에서 빠져나왔다. 조사한 바로는 650리라였는데 고작 몇 달사이에 이렇게 비싸졌을 줄이야(심지어 곧 1,250리라로 오른다고 함). 이스탄불을 여행하며 알게됐지만 이 나라는 음식, 박물관 입장료를 포함한 모든 물가가 반년동안 2배이상 올라간다. 블로그에 나온 가격표 같은걸 믿어서는 안된다. 거의 매 순간 오른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회의끝에 이 정도면 이스탄불 뮤지엄 패스(이스탄불 내의 여러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입장할 수 있는 통합권, 1인당 2,500리라, 약 11만원)를 구입하는게 이익일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우리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이 결제를 했고(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ㅠㅠ), QR코드가 박힌 쿠폰을 다운받은 후 다시 줄을 섰다. 곧 우리차례가 왔고 QR코드를 찍었는데 나타나는 입장 거부표시. 인식할 수 없는 QR코드라고 한다... 잠깐 얼어붙은 채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보니 떠올랐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뮤지엄 패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ㅎㅎ... 이걸 왜 이제 깨달았을까요... 허탈해 하며 다시 매표소에 줄을 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화려한 오스만의 성을 보고싶었다. 약 30분간 다시 줄을 선 끝에 또 다시 매표소에 써있는 작은 글씨가 보였다. cash only라는 글씨가... 아니ㅋㅋ 매표소 창구가 4개가 있고, 각 창구별로 줄이 길게 서있는데, 하필이면 내가 서있는 줄만 현금 결제 창구의 줄이였다. 아니 이걸 줄 뒷쪽에다가 안내를 해 줘야지 이 양반들아ㅋㅋㅋ. 이 상황까지 오니 이미 궁전 문 닫기 1시간 40분 전이였다. 우리는 이제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ㅠㅠ 사이즈가 좀 되는 궁전은 둘러보는데 최소2시간, 넉넉히 3시간은 잡아야 한다.

 

말나온김에 진짜 열받는건 11만원이나 하는 뮤지엄패스로 돌마바흐체 궁전, 아야 소피아, 예레바탄 사라이 등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유적지는 들어갈 수도 없다. 특히 아야 소피아는 종교 시설에서 돈을받는 것도 웃긴데, 가격도 자기나라 화폐가 아니라 유로로 책정돼 있는데다가 들어가도 2층밖에 입장을 못한다. 또한 심지어 뮤지엄패스에 포함된 유적지들도 정상이 아니다.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전시관 3개중에 2개가 공사중이라 입장이 불가하고, 대표적인 전망대인 갈라타 타워는 꼭대기층에 입장할 수 없는데다가, 또 다른 전망대인 마이덴 타워는 공사중이라 아예 출입 불가이다. 사실상 쓸모가 없는 이스탄불 뮤지엄패스. 그렇다고 뮤지엄패스 가격에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매 홈페이지에도 안내가 없다. 그냥 대놓고 관광객 등쳐먹는 배짱장사다. 확실하게 에르도안 아저씨는 돈에 미쳤다. 이스탄불 뮤지엄 패스 그냥 사지마세요... 심지어 홈페이지에 안내 된 뮤지엄패스 사용가능 박물관중 일부는 입장료가 없는걸로 확인된다.

 

암튼 쓸데없이 뮤지엄패스를 사버린 우리는 허탈한 마음으로 근처 전망이나 보기로 했다.

 

 

뷰가 이쁘긴 디게 이쁘다. 딱 바다를 사이에 둔 도시인 이스탄불의 느낌. 우리는 두번다시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돌아오지 않겠지만, 화려한 궁전 좋아하시는 분들, 5만원을 지불할 만큼 그 화려함이 궁금하신분들은 방문을 추천 드린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저녁에 조명 켜졌을 때 페리타고 바다에서 보는 뷰가 아주 이쁘다고 한다. 

 

그렇게 근처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카라쾨이(Karaköy)로 이동했다. 전망 보러 갈라타 탑으로 이동하기 전에 중심부에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갈라타 다리(Galata Köprüsü)를 한번 건너보기로 했다.

 

다리 1층에 쭉 레스토랑이 포진해 있다. 고등어 케밥 파는곳 많음.
신시가지
구시가지 쪽에 있는 예니 모스크

 

와 사람 진짜 많다. 이스탄불의 정신없음을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사진같다. 하지만 이 곳의 정신없음은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활기로 느껴진다. 탁 트여서 그런가? 다리 위에는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많았다. 뭐가 잡히나 싶은데 생각보다 많이들 낚는 것 같다. 조그마한 10센치 내외의 생선들이 많던데 뭔지는 모르겠다.

 

다리를 왕복 후 본격 갈라타 탑(Galata Kulesi)으로 올라간다. 바다에서 전망대 까지 올라가려면 오르막길을 많이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 기념품 상점이 꽤 많다. 나름 적절한 가격대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면 금방 도착한다. 도착은 금방하는데, 줄은 좀 오래 서야 한다. 일몰시간을 한참 남기고 갔는데도 30분넘게 기다린 듯. 입장료는 650리라로 알고 갔다. 우리는 2,500리라짜리 뮤지엄 패스를 구입한 후 흑화했기 때문에 갈라타 타워 입장료가 1000리라로 올랐길 바랬으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8층이 꼭대기층이였으나 공사중이라 7층까지밖에 올라갈 수 없었다.

 

이 작은 4인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언덕은 있으나 산은 없는 울퉁불퉁하게 평평한 지형, 건조한 흙색 계열의 건물들, 겨울의 흐린날씨가 겹쳐서 도시 전체를 커다란 카펫으로 덮어놓은 것과 같은 감상. 타워가 고지대에 있긴 하지만 다른 대도시 전망대처럼 엄청난 고도는 아니여서 좀 아쉽다. 타워가 이스탄불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롯데타워처럼 높았으면 더 경이로운 뷰가 보이지 않았을까.

 

타워 아래층에는 소소한 박물관들이 있다.

 

 

타워를 내려온 후 다시 탁심광장측으로 돌아왔다. 탁심광장의 돔이나 다른 가건물에서 여러가지 전시회도 열린다.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을 테마로 한 반전 전시회. 캐나다와는 다르게 이 쪽은 팔레스타인 사이드이다.
저녁 탁심광장, 탁심 모스크

 

케밥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양고기와 닭고기 케밥. 케밥이라는게 특정 요리가 아니라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여기서는 다 케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레알로 맛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