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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밴쿠버(23.11.30~24.01.25)

록키 산맥 투어 1일차 - 호프(Hope), 버넌(Vernon)

23/12/30 토

 

오늘은 3박 4일간의 록키 산맥 투어를 시작하는 날이다!

 

록키 산맥 투어는 하이라이트인 레이크 루이스와 인근 소도시 밴프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의 산골 소도시와 대자연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사방을 둘러싼 웅장한 삼림지대를 둘러보는 것인데, 각 방문 포인트가 상당히 넓게 떨어져 있다보니 대중교통으로 가기 보다는 대체로 렌트카로 가거나 나처럼 투어상품을 신청해서 간다. 이 곳 록키산맥은 여름과 겨울의 뷰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데, 어중간할때 오기보다는 컨셉이 확실한 계절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눈으로 싹 덮혀있거나, 눈이 아예 없거나). 록키산맥이 미 대륙 서쪽에 있기 때문에 대륙 서쪽 끝인 밴쿠버에서 많이들 출발하고, 어떤 사람들은 비행기로 우선 캘거리로 이동 후 밴프까지 렌트카 타고도 가는 것 같다. 나는 투어 상품처럼 바쁘게 다니는 여행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스팟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스팟 간 이동이 쉽지만은 않은(장롱면허ㅎ) 이 곳 록키 산맥 여행같은 경우는 꽤 유용한 것 같다.

 

4일간의 투어를 지도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밴쿠버 -> 밴프 직선거리가 대략 580km

 

1일차 : 밴쿠버 -> 호프 -> 캠룹스 -> 버넌

2일차 : 버넌 -> 레블스토크 -> 골든 -> 레이크 루이스 -> 밴프

3일차 : 밴프 -> 골든

4일차 : 골든 -> 레블스토크 -> 캠룹스 -> 밴쿠버

 

어쨋든 아침 7시에 밴쿠버 캐나다 플레이스 앞에서 모였다.

 

바글바글... 거의 6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같이 간다.

 

버스 내에 와이파이는 안 통한다. 가이드 아저씨가 이런저런 조크들로 분위기를 띄우며 출발한다. 쌩판 영어로 하는 가이드라서 반밖에 못알아들었지만 네이티브의 말을 반이나 알아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곧 밴쿠버를 벗어나고 고속도로에 들어서며 가이드 아저씨도 버스 내 다른 사람들도 침묵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가운데 떠오르는 햇빛을 맞으며 한창 졸고있을 타이밍에 가이드 아저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도착하는 호프(Hope)라는 소도시에서 1시간 머문다는 안내. 현재 시각은 아침 9시였다. 밴쿠버에서 1시간 반정도 왔구나.

 

호프는 인구가 만명도 안되는 작고 심플한 마을로 영화에서나 보던 아메리카의 산골 소도시 느낌이다. 실제로 마을이 이뻐서 몇몇 영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왔기 때문에 뭔가를 먹거나 마실 생각은 없고 산책을 한바퀴 돌았다. 심심하고 평화로워서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음 이쯤 봤으면 됐다 싶다. 사방 어딜 둘러봐도 높이 솟은 산이 보이는 것이 강원도에 있는 것 같다. 마을 어슬렁거리는데 30분정도면 충분한 사이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출발한다.

 

대충 2시간 언저리를 다시 달려서 캠룹스(Kamloops)에 도착했다. 여기는 호프에 비하면 비교적 큰 중간규모의 도시인데, 본격적으로 록키 산맥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는 입구같은 느낌이였다. 캠룹스는 이 지역 인디언들의 언어로 두 강이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1시간 남짓 주어진 점심시간이였기 때문에 마을을 둘러보지는 못하고 가까운 쇼핑몰의 푸드코드에서 식사를 떼우기로 했다.

 

 

푸드코드에 몽골리안 누들을 파는 곳이 있길래 신기해서 사먹어봤다. 맛은 야키소바같은 맛이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푸드코드 한바퀴 돌고 밥 먹었더니 1시간이 훅 지나가서 또 다시 버스에 탈 시간이 됐다. 투어란 이런것인가... 호흡이 엄청 빠르군? 버스는 곧 다음 목적지인 버넌(Vernon)을 향해 출발했다. 버넌은 오늘 우리가 묵을 호텔이 있는 도시인데, 근처에 스키 리조트가 있고, 호텔내에 카지노가 있다. 오늘 밤 카지노에서 인생을 역전할 예정이다. 고속도로의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산에 하얀색이 많아진다.

 

그렇게 2시간을 또 달려서 드디어 버넌에 도착, 바로 호텔에 체크인. 아침에 호프에서, 점심때 캠룹스에서 버스에 늦게 탄 사람들이 있어서 예정보다 30분정도 늦게 도착했다. 슬슬 가이드 아저씨가 잔소리를 시작하는데 사람이 60명 가까히 있으니 가이드 아저씨도 관리하기 힘들겠다.

 

묵었던 호텔. 뭐 그냥 평범한 3성 호텔이였다.
호텔 앞의 뷰

 

지도로 봤을 땐 버넌이 작기만한 도시는 아닌 것 같은데 호텔 위치는 도시 끄트머리라 그런지 좀 휑한 것 같다. 우리가 버넌에서 뭘 할건 아니라서 체크인만 한 후 다시 버스에 탄다. 근처의 실버스타(Silver Star)산 리조트에서 스노우튜빙이 예정돼 있기 때문. 여기는 호텔에서 가깝기 때문에 금방 도착했다. 산이라 그런지 4시 반도 안됐는데도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여기를 튜브를 타고 내려온다
튜브들고 기다리는 사람들

내려가는 브라질 아저씨

 

위에서 경사만 보면 엄청 빠를거 같아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느릿느릿 내려간다. 중간부터 좀 지루하기도해서 가속하려고 허우적댐. 시간도 넉넉해서 튜브타고 내려왔다가 무빙워크 타고 다시 올라가길 야무지게 3번 반복한 후 뜨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다가 버스로 돌아갔다. 3번 타니까 물리더라.

 

리조트에서 하키하는 사람들. 캐나다스럽다.

 

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이동. 1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진 후 8시 반에 저녁식사(그리고 카지노)를 위해 모였다. 카지노 가고싶은 사람만 집합하라고 했는데 투어 인원 거의 다 모인 듯 하다ㅋㅋㅋ.

 

 

카지노 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아주 삐까뻔쩍한 커다란 오락실 느낌이였다. 태어나서 카지노를 처음가봤는데, 칩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지는 않고 온라인으로 회원가입을 한 후 교통카드같은 포인트카드를 인포에서 발급받는다. 이 카드로 게임을 한 후 돈을 따면 출금을 하는 방식. 아무튼 카드 발급을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먼저 발급 받은 호주 아가씨가 슬롯머신에서 실시간으로 20달러를 털리는 모습을 구경한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나는 능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에 투어인원 40~50명이 들이닥치다보니 카드 발급이 늦어져 대충 30분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발급을 받았다. 어느 머신이 나의 팅커벨일지 물색하던 와중 같이 온 브라질 친구가 어디선가 88이라는 게임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

 

소문이 좋은 게임 88

 

오케이 시작해보자. 게임은 슬롯머신인데, 약간 신세기 슬롯머신같다. 그냥 그림 세개 맞추는 것 이상으로 룰이 복잡하다. 그림이 다섯개가 나타나는데, 대각선으로도 뭔가 있고 그림이 화면상에 존재만 하면 또 뭔가 있는것 같은데... 점수를 어떻게 세는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알 수 있는건 화면에 그림이 있다는 것과, 내 잔고, 배팅할 금액 뿐이였다. 배팅한 금액을 두배로 올려봤는데 오호라 잔고가 2배 빨리 줄어든다. 이것이 경제학이다. 4배 배팅 버튼도 있길래 눌러봤다. 3분만에 20달러가 0달러가 되었다. 아 배고프다.

 

카지노 옆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나보다 5분정도 더 버틴 브라질 친구랑 같이 치킨윙 뜯고 호텔가서 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