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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밴쿠버(23.11.30~24.01.25)

록키 산맥 투어 3, 4일차 - 밴프(Banff), 에메랄드 레이크(Emerald Lake), 골든(Golden) 등

24/01/01 월

 

2024년 뉴 이어 아침! 한쿡 나이로 32세가 되었다. 좀비상태로 조식을 먹는다. 조식은 팀 홀튼 소시지 샌드위치빵에 사과주스... 이 호텔은 조식이 없나보다.

 

오늘은 밴프에서 옵셔널 액티비티를 각자 갖는 날이다. 추가 비용을 내고 3가지 옵션중에 고르는건데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 존스턴 캐니언 아이스 워크 투어

2. 서퍼 마운틴 곤돌라

3. 레이크 루이스 리조트 스키or스노우보드

 

다들 괜찮은 선택지이고 가격은 5~15만원 정도로 기억한다.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셋 중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혼자 자유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돈이 아깝기도 하고... 어차피 셋다 록키 산맥의 경치를 보며 무엇을 하느냐의 차이일 뿐인데, 그렇다면 나는 하이킹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이킹은 아이젠만 렌트하면 되니까 몇 만원씩 안써도 되고, 혼자 여유롭게 다닐 수 있으니 딱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오전 8시반쯤에 다들 액티비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고, 나는 홀로 호텔을 나왔다.

 

 

밤 풍경과는 또 다른 아침 밴프. 하이킹 전 워밍업을 위해 스타벅스로 가서 블랙 커피를 홀짝거리며 아이젠을 렌트할 수 있는 업체를 둘러봤다. 산이 모조리 눈으로 덮혀있어서 아이젠이 꼭 필요하다. 오늘이 공휴일이라 영업하는 곳이 없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검색했는데 딱 1분 거리에 영업중인 스키용품 렌탈 업체가 있었다. 오!

 

바로 렌트하러 이동. 아이젠이 어느나라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영어는 아닌 것 같고, 여기서는 crampons라고 부르는 것 같다. 캐나다식 신발 사이즈도 모르는 상태에서 짧은 영어로 어버버 했는데도 아이젠 종류 선정, 신발 사이즈 측정, 아이젠 끼는 방법까지 정말 친절하게 척척 잘 가르쳐 주셨다.

 

 

Ultimate Sports · 206 Banff Ave, Banff, AB T1L 1H8 캐나다

★★★★★ · 스키 장비 대여소

www.google.com

여기서 빌렸음. 하루 렌트비가 대략 18달러(만8천원)쯤 한것 같다. 세금포함

 

고객 만족을 주는 가게를 빠져나와 산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밴프 마을 바로 옆에 있는 터널 마운틴. 새해 첫날 가볍게 올라갈만한 하이킹 트레일이라고 들었다.

 

트레일 입구로 가는 길에 마주친 디어님... 기분이 나쁜 것 같다

 

10분쯤 조용한 마을을 가로질러 걷다보면 트레일 입구가 나온다.

 

 

슬슬 아이젠을 장착하고 올라가 볼까? 듣기로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날씨가 정말 기가막히게 좋다.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지만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사실 아이젠을 돈 아깝게 꼭 빌려야하나 잠깐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안빌려왔으면 아예 못올라갈뻔... 겨울 등산은 꼭 아이젠을 준비하시길. 새해라서 그런지 등산하는 여행객, 주민들이 간간히 보인다. 해피뉴이어~ 하면서 인사 주고받기를 몇 번 하다보니 금방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밴프 다운타운
터널 마운틴 정상의 상징인 빨간의자

 

와우 뷰가 진짜로 좋다... 등산이 주는 성취감과 뷰가 주는 감동이 동시에 느껴진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숲과 산이 그림같다. 역시 하이킹 하길 잘했다. 등반하는데 40분 정도 걸렸는데, 정상에서만 또 40분을 보냈다. 여러분도 록키 마운틴 어딘가에서 등산은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그렇게 배터지게 정상을 즐긴 후에 천천히 다시 밴프 다운타운으로 복귀한다.

 

다운타운으로 가는 골목길

 

다운타운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렌탈샵에 들러 아이젠을 반납한 후 점심밥을 먹을 식당을 물색한다. 하이킹을 혼자했기 때문에 혼밥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마침 딱 한식집이 보였다. 등산후라서 그런지 뜨뜻한 순두부찌개에 막걸리가 몹시 땡기는 상황이라 바로 입장 후 주문. 하지만 막걸리나 소주는 예산 오바라 맥주로 타협봤다. 아 사진 찍어놨는데 없어졌네...ㅋㅋㅋ

 

 

만족스러운 식사 후 버스 집합시간까지 1시간 반정도가 남아서 밴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로 한다. 기념품 가게도 들어가보고, 카페도 갔다가... 낮의 밴프는 밤의 밴프랑은 또 다르게 이쁘다. 산을 낀 마을이라는 점에서 인스브루크도 생각나는 뷰다. 역시 나는 느긋하게 돌아다니는게 체질에 맞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다 보니 곧 집합시간이 됐다.

 

밴프가 사실상 최종 목적지였으므로 이후의 일정은 왔던길을 되돌아가 골든(Golden)으로 가서 1박을 하는 것. 하지만 그전에 또 한 곳의 호수에 들른다. 이름하여 에메랄드 레이크(Emerald Lake)

 

 

레이크 루이스보다는 좀 작긴해도 여전히 장엄하다. 땅땅하게 얼어있고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다 보이는건 텅텅 빈 하얀색뿐이라 더 거대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우주공간에 둥둥 떠있는 듯하다. 호수가 이제 슬슬 물릴때가 됐는데도 이번 캐나다 여행 마지막 호수라고 생각하니 좀 섭섭하다ㅋㅋ. 에메랄드 레이크의 눈이 녹았을 때 사진도 찾아봤는데 정말 이쁘다. 물이 엄청 맑은지 유리같이 투명하다. 모기가 나올 것 같다.

 

에메랄드 레이크에서 대략 40분 정도 머무른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늘 머무를 곳, 골든으로 이동한다. 6시가 되기 조금 전에 호텔 앞에 도착했다.

 

Golden
오늘 머무를 호텔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나니 배가 고팠다. 이 동네는 식당이 몇개 없고, 찾아다니기도 피곤해서 대충 맥도날드에서 후딱 떼운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좀 빈둥거리다가 캠프파이어 시간이 돼서 마당으로 집합. 호텔에서 제공하는 캠프파이어장에 모여서 불을 붙인 후, 자그마한 파티용 와인을 한잔씩 들고 여행 마지막날 밤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하는 사진은 안찍었다 술 마시느라 바빠서.

 

 

술 마시는 도중 가이드 아저씨가 재밌는 얘기를 해줬다. 러시아에서는 새해 풍습(?)으로 종이에 소원을 쓴 후, 그 종이를 불에 태워서 그걸 보드카에 넣고 마신다고, 우리도 해보자...! 이렇게 돼서 실제로 몇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와인가지고 놀면서 이사람 저사람이랑 두시간정도 떠들고 나니 불은 작아지고, 술은 떨어지고, 추워졌다. 이제.. 자러가자...

 

 

 

24/01/02 화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조식을 먹고 아침 8시 반에 출발! 말이 마지막날이지 밴쿠버까지 거의 9시간 걸리는걸 생각하면 그냥 하루종일 귀가하는 날이다. 이동거리를 다 합쳐보면 대충 서울-부산 왕복 정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두시간에 한번씩 주요 스팟에 정차해서 들러보는 기회가 있어서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Rogers Pass National Historic Site
Rogers Pass National Historic Site
Rogers Pass National Historic Site
Rogers Pass National Historic Site

 

Rogers Pass가 무슨 역사적인 길목인것 같은데, 가이드 아저씨 말도 잘 못알아 듣겠고 솔직한 얘기로 뭔지 잘 모르겠다ㅋㅋㅋ. 옛날에 Rogers에 의해 개척된 길목인 것으로 혼자 결론 내림.

 

The Last Spike
The Last Spike

 

이 곳은 1885년 캐나다의 대륙 횡단 철도의 동부와 서부가 만나는 철로에 마지막 못(Spike)이 박힌, 기념비적인 장소이다. 여기에 못이 박히며 캐나다의 동부와 서부는 마침내 연결되었다.

 

이 곳을 마지막 스팟으로 레블스토크에서 잠깐 커피타임, 캠룹스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한참을 달려 밴쿠버에 도착했다! 이미 이 곳은 저녁 7시. 3박 4일간의 긴 이동이 끝나는 순간이다. 아 피곤해 후딱 집에가자.

 

캐나다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왜 하필 캐나다에 왔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자연환경을 꼽을 것 같다. 이 록키 산맥 투어, 특히 레이크 루이스와 밴프는 그러한 목적에 아주 잘 부합하는 방문지이다. 사계절 어느 때 오더라도 앞으로의 남은 일생동안 기억할만한 뷰를 가져갈 수 있다. 나는 다행이 날씨까지 행운이 따라줘서(이상하게 나는 중요한 방문지마다 날씨가 아주 예술이다. 운이 아주 좋나보다...) 좋아하는 하이킹이나 산책도 다리에 알이 배길 때 까지 할 수 있었다. 나 처럼 투어상품을 끼고 가면 개인 여행으로는 가보지 못할 이런저런 소도시를 찍먹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렌트카를 통해 방문하게 되면 좀 피곤한 대신에 주요도시만, 그리고 아마도 좀 더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렌트vs투어 둘중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투어를 추천할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록키 산맥을 가로지르는 것을 바라보는게 그 당시에는 지루하기도 했지만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이 기억에 많이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