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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밴쿠버(23.11.30~24.01.25)

밴쿠버 24일차 - 그라우스산(Grouse Mountain) 하이킹

23/12/23 토

 

오늘도 날씨가 좋다! 왜 매일 날씨가 좋냐면 날씨 좋을때만 밖에 나가고, 밖에 나갈때만 블로그를 쓰기 때문에...

 

원래 어제(금요일) 어학원 액티비티로 그라우스 산에 스키트립을 갈 예정이였다. 싼 값에 장비 렌탈도 하고, 스키 강습도 받고, 밴쿠버를 내려다보며 스키를 탈 예정이였으나 요즘 날씨가 너무 좋은지 눈이 모자라서 취소됐다. 세상에 아무리 밴쿠버가 따뜻하지만 캐나다 설산에서 눈이 모자라다니... 아쉬운대로 그라우스산에 곤돌라라도 타고가서 경치라도 보고, 근처 클리블랜드 호수도 산책이라도 하면 좋지않을까 해서 외출. Skytrain을 타고 가는길에 검색을 해봤는데, 그라우스산의 하이킹 코스가 꽤 유명한 것 같다. 오 그럼 하이킹을 해 볼까?

 

 

그라우스 산은 기본적으로 하이킹이 빡세다는 평이 많다. 보통 하이킹 코스는 가파른 코스를 좀 올라가다보면 평지도 나오고하는데, 여기는 계단을 타고 수백층 높이의 건물을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과연...? 하이킹 코스는 크게 2가지 길이 있는데, 정상까지 직진으로 올라가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일(Grouse Grind Trail), 좀 덜 힘들지만 살짝 돌아가야하는 BCMC트레일.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일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BCMC 트레일을 올라가보기로 한다. 워터프론트에서 seabus타고 론즈데일 키(Lonsdale Quay Market)역으로 간 다음, 236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오면 그라우스산 입구다. 트레일 입구로 가는 길 안내는 주차장 벽에 붙어있음.

 

BCMC트레일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쯤부터 살살 경사가 가팔라진다.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를 중간중간 표시를 해준다. 이 쯤부터 계속 체크하게 된다.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땅이 높은 돌과 나무뿌리로 돼 있어서 쉽지 않다. 체감상 관악산보다 훨씬 힘든거 같은데, 공홈에 따르면 코스 길이는 3km, 등반 고도는 853m라고 한다. 이 코스가 덜 힘든 길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일은 가파른 길을 끝없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느낌이라면 여기 BCMC 트레일은 바위, 나무뿌리와 흙, 눈이랑 섞인 진흙 등의 바닥이 힘든 포인트인 듯 하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일은 선수들의 트레이닝장이였는데 일반인에게 개방된 코스라고 한다. 워낙 가팔라서 등반 후 직접 하산하면 무릎에 무리가 있을수도 있고해서 정상에서는 곤돌라를 많이 타고 내려오는 것 같다.

 

경사가 보이십니까?
관악산 등반할 때도 한번도 안쉬고 올라갔는데 여기까지만 3번은 쉬었다ㄷㄷ

 

어느덧 반이나 올라구나. 이 쯔음 부터는 지금까지보다 좀 덜 쉬면서 올라갔다. 경사가 살짝 완만해지기도 하고, 땅이 돌무더기 + 진흙 + 나무뿌리의 조합으로 걷기가 매우 불편하고 위험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숨이 덜 차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도가 나지는 않는다. 신발도 딱히 신을만한게 없어서 발목 헐렁한 워킹화에 청바지 입고갔는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가지 마세요... 물도 좀 가져오시구요.

 

땅이 이 모양. 심지어 눈이 녹아서 물도 흐른다.
이제 슬슬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확실히 눈이 모자라긴 한가보다.
그라우스 산을 등산하다 사망한 지역 인사들의 추모패가 있다
ㅜㅜ
올라가다 만난 강아지
강아지는 이 이상은 못 올라간다. 슬슬 정상에 가까워지나보다.
BCMC 트레인의 종점

 

끝! 이 BCMC 트레일의 하이킹시간은 평균적으로 1시간 30분이라고 하는데, 내가 딱 평균시간에 완주한 것 같다. 올라오니까 생각보다 춥다.

 

스키 트립은 불발됐지만 그래도 스키장 구경이라도 해보자.

 

아이스링크장
스키 슬로프. 저 멀리 보이는 봉이 그라우스 산 피크인 듯 하다.

 

이 슬로프는 아주 짧은 입문용으로 보이는데, 딱 이것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슬로프는 운영 중단상태였다. 이것마저도 물을 뿌려가며 겨우 운영중이였음.

 

캐롤 합창

 

이렇게 대충 한바퀴 둘러보니 슬슬 해가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오후 3시반). 전망 한번 본 다음 곤돌라를 타고 출발점으로 내려가자. 편도 곤돌라(Skyride)는 성인기준 20달러다. 

 

멀리 보이는게 캐필라노 호(Capilano Lake)인것 같다.
곤돌라 사이즈가 커서 100명 이상 들어가는 듯 하다.

 

여기 곤돌라 타기위해서 줄을 20분정도 서있었다. 밖에서 줄 서있는데, 따뜻한 핫초코나 사탕을 주거나 무료로 나눠준다. 스키도 거의 못타는 날도 이렇게 기다려야 하면, 스키장 흥하는 날은 줄을 엄청 오래 서야 하지 않을까? 힘들겠다. 내려오면서 그 동안 걸어올라갔던 산의 경사를 봤는데 확실히 가파르긴 하다. 그래도 한번 해봤더니 더 빡세다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일도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데 내년 봄이나 돼야 개장한다고 하니 아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