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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라하(23.10.11~23.10.21)

프라하 2일차 - 프라하(Prague) 산책, 카를교(Karlův most)

23/10/12 목

 

오늘은 본격적인 프라하 여행이 시작되는 날. 처음부터 특정 스팟을 관광하기 보다는 도시 여기저기를 천천히 산책하면서 둘러보기로 한다. 나는 쉬엄쉬엄 휴식하는 여행을 하기 위해 프라하에서 오래 머물기로 했다. 동유럽 투어상품을 통하면 1박 2일만으로도 끝낼 수 있는 프라하 여행을 10박 11일로 길게 잡았기 때문에 한국인 여행객 특유의 업무처리식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프라하는 이런 여유로운 여행이 어울리는 곳이다. 아침밥으로 에그 스크램블에 바나나 하나 뚝딱 해치우고 밖으로 나간다. 먼저 프라하 여행의 중심지인 카를교까지 볼타바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보기로 했다. 카를교는 프라하 성과 구시가지 딱 가운데 있기 때문에 앞으로 프라하를 여행하는 동안 계속 방문하게 된다.

 

볼타바 강
빨간 트램이 시그니쳐
성 살바토르 교회. 카를교 바로 앞에 있다.

 

동아시아에만 갇혀있다가 머나먼 나라로 와서 걷다보니 모든게 새롭게 느껴진다. 트램, 프라하 특유의 붉은 삼각형 지붕들, 길 안내판, 횡단보도 조명모양, 길거리 냄새, 커뮤니케이션 등등. 지나가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눈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언제 지어졌는지 대체 가늠이 안되는 유럽스러운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져있고,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교회와 박물관이 가까이서, 또 멀리서 보인다. 블록마다 건물 디자인들은 다 비슷한데,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의 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늘어져있는 것은 정리가 잘 된 책꽂이를 보는 듯 하다. 카를교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시가지 느낌이 급격히 짙어진다. 대중교통을 15분 이상 타본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비교적 작은지역에 시가지가 몰려있어서 어딜가나 동선이 짧은 것이 프라하 여행의 장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1시간정도를 걷다보니 곧 카를 4세의 동상과 함께 카를교(Karlův most)가 보였다.

 

카를 4세

 

카를 4세는 체코의 전신인 보헤미아의 전성기를 끌어내고, 프라하를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지로 만든 세종대왕급의 명군이라고 한다. 100코루나 지폐에도 들어가는 인물이다. 이 카를 4세의 지시 아래 프라하 성과 볼타바 강 건너편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된 다리가 바로 카를교다.

 

 

따라서 카를교를 건너면 프라하 성으로 갈 수 있다. 직접 건너서 프라하성으로 가보자. 다리 위에서 사방 어디를 둘러보든 동화 속 도시처럼 아름다운 뷰를 볼 수 있다.

 

카를교와 건너편에 보이는 프라하 성
카를교 입구에 있는 전망대

 

구글링 해온 얀 네포무크(John of Nepomuk) 동상

 

카를교 중간에 이런 조각상들이 많이 있는데, 하나같이 퀄리티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제일 유명한 얀 네포무크(John of Nepomuk) 동상에는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있다. 체코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순교자 중 한명이라고 한다. 조각상 아래 청동 판을 만지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설이 있어서 다들 한번씩 쓰다듬고 간다.

 

다리를 모두 건너면 또 다른 시가지 말라 스트라나(Malá Strana)가 나온다. 전형적인 유럽느낌의 레스토랑들이 있고, 그 중에서는 몇 백년씩 된 가게도 있었다. 프라하 성이 지어졌을 즈음부터 형성된 동네일 것이다.

 

 

시가지를 지나치면 프라하 성으로 올라갈 수 있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올라가는 길이 살짝 가파른데, 좀 숨이 찰만 하면 도착한다.

 

오르막길
오르막길 중간에 있는 야외 카페
프라하 성, 현재 체코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뒤에 성 비투스 대성당이 보인다.

 

날씨가 좀 흐려서 사진에 경치가 잘 안담긴다.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빨간 지붕은 산 투성이 한반도에 살고있는 나에게는 굉장히 새롭다.

 

오늘은 프라하 성에 티켓을 끊고 들어가려는건 아니기 때문에, 성채와 건물들만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카를교를 건너 구시가지 광장으로 이동한다.

 

보헤미아의 종교 개혁가 얀 후스 동상(위)
구시가 광장의 랜드마크 천문시계탑. 정각마다 퍼포먼스가 있다.
뜨르들로(굴뚝빵). 양이 너무 많다.
프로이트 동상. 목 메단건줄 알았는데 아니다.

 

구시가지 광장은 체코 관광객들이 여기 다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광장 거리자체가 되게 이쁘기 때문에 추후에 한번 여기서 꼭 저녁밥에 와인 한 잔 하기로 마음먹고 돌아갔다.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카를교, 프라하 성, 구시가지 광장을 겉핥기로 둘러봤다. 각 포인트마다 개성이 넘쳐서 천천히 걸으며 관광하기에 딱 좋은 도시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혀 그럴 일이 없을것만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 한적한 곳은 한적하고, 시가지는 적당히 북적거린다. 첫 인상만으로도 느긋하게 오래 머물도록 계획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