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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라하(23.10.11~23.10.21)

프라하 1일차 - 도착

23/10/11 수

 

 

이 곳은 체코의 프라하. 바츨라브 하벨 국제공항이다. 인천에서 밤 12시에 출발해 장장 19시간을 날아왔다. 비행기에서 잘 자지 못하는 나는  물렁한 양파처럼 시들어있다. 밤을 새며 날아온 비행이 끝난 지금은 오후 2시 반. 드러눕고 싶지만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았다.

 

우선 한국에서 사온 선불 유심칩(Three sim, 네이버 쇼핑에 검색해서 사옴)으로 갈아꼈다. 전 유럽에서 사용가능한 유심인데, 30일동안 10기가의 데이터 사용으로 16,900원에 구입했던것 같다. 이 통신사가 좀 저렴하다고는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싸다. 유럽은 원래 이런가?

 

아무튼 다음은 교통권을 발급 받아야 한다. 일회권, 기간권, 내 사진이 붙어있는 귀속 교통카드, 익명 교통카드, 대중교통 티켓 앱 등등 여러가지 교통권이 있다고 들었는데, 뭐가 좋을지 물어보기위해 공항 내에 있는 대중교통 인포 데스크에 접근했다. 딱 봐도 무뚝뚝해보이는 인포 아저씨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설픈 영어로 대화하면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1. 앱으로 계정 등록을 하고, 2. 본인한테 계정 넘버를 셀카한장과 함께 넘겨주면 3. 데스크에서 30일권 티켓을 만들어 줄수 있다고 했다. 아마 귀속 교통카드를 전산상에 등록을 한듯 한데 시키는 대로 했더니 그냥 앱으로 구입하는 것 보다 거의 반이나 저렴하게 구입한 셈이 됐다. 550코루나였는데 한화로 대충 3만원대 초반. 인포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차가워 보이는 얼굴위에 뭔가 쑥쓰러운듯한 미소... 체코는 이런나라구나. 앱은 PID Lítačka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유심도 작동하고, 교통권도 구입했으니 이제 예약한 숙소로 가보자.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공항 버스, 시내 버스 등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무제한 교통권이 있으니 시내 버스를 탔다. 체코에서는 트램이든 버스든 대중교통을 탈때 교통카드를 리더기에 찍고 타지 않는다. 일단 리더기가 없다. 그냥 탑승하면 되는데, 간혹 민간인의 코스프레를 한 공무원이 티켓 구입여부를 랜덤으로 확인한다고 한다. 10박 11일동안 한번도 확인 받은적이 없는걸 보면 진짜 어지간히 재수없어야 걸리는 듯 하다. 그리고 여기는 캐리어를 들고 대중교통을 타면 캐리어의 교통비를 따로 내야 한다... 비싸진 않은데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버스와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 돌로 된 오르막길을 15분 정도 올라가 겨우 도착했다. 돌길은 캐리어를 병들게 한다.

 

빈센트네 집

 

호스트 빈센트에게 대략적인 안내를 받고 짐을 풀었다. 빈센트 가라사대, 이 저택은 1938년에 헝가리 외교관 숙소로 사용되기 시작해서 근현대사 내내 공산정권의 공공 주택,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펩시콜라 사무실 등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다가 지금 집주인이 인수해 여러번의 리모델링 시도 끝에 여행객 숙소로 재개장했다고 한다. 역사적인 집이구나.

 

 

추리소설에 나올 것 같은 저택이다. 짐을 풀어둔 뒤 밖에 나와서 유럽 여행 최초의 식사를 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필스너 생맥주에, 굴라쉬(체코식 소고기 스프, 갈비찜이나 육개장 맛이 난다), 꼴레뇨(체코식 족발, 돼지 무릎을 맥주에 재운 다음 오븐으로 구운 요리)를 트라이. 유럽여행 내내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없었다. 특히 꼴레뇨 껍데기는 닭껍질 튀김 같은 느낌이였는데 거의 콘크리트처럼 딱딱했다. 칼로 내려치니까 깡~ 하면서 칼이 튕겨나옴.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나중에 다른 맛집가서 먹어보니 후라이드 치킨처럼 바사삭해야 하는거였다. 이미 구워놓은 재고를 또 구워서 딱딱했던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해외에서 밥집 찾을 땐 구글 리뷰를 꼼꼼히 보자... 그래도 필스너 맥주는 맛있다.

 

체코는 맥주가격이 물보다도 싼 나라다. 마트에서 싸게 사면 500ml 한병에 800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데, 심지어 이 것도 맥주가 너무 싸서 정부 정책으로 가격을 올린 거라고 한다. 필스너, 코젤 등등 맛있는 맥주들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소주먹느라 바빠서 맥주를 평소에 잘 먹지 않는 나도 여기서는 매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것이 유럽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