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02 금
무지하게 산만한 이스탄불을 떠나기 위해 이스탄불에서 가장 산만한 공항으로 돌아왔다.
1시간짜리 와이파이는 또 한번 거절한 채로 가장 안쪽 게이트로 이동한다. 인천공항을 참고해서 지었다고 하던데 무료 와이파이도 좀 참고하지. 공항이 원체 넓으니 국내선 게이트까지 또 한참을 가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에페수스. 성경에 에페소, 에베소, 에페스 등등 여러 단어로 나오는 이 그리스/로마유적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비행기를 타고 이즈미르로 향한 다음 공항 앞 미니버스로 셀축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대략 비행기 타고 1시간 좀 넘게 걸린다. 확실히 터키 내의 도시간 이동은 비행기가 짱이다. 체감상 별로 비싸지 않아서 현지인들도 기차보다 비행기를 애용한다는 찌라시를 본적이 있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내린 후 누군가는 시내로 나가 이즈미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누군가는 공항 앞에 널려있는 돌무쉬라고 하는 미니버스를 탄다. 나는 공항앞에 바글바글한 돌무쉬 중 아무거나 바로 잡았다. 참고로 어느 버스나 다 똑같은 버스고, 쿠사다시 행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셀축에서 내리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비행기가 당시 한국돈으로 약 5만3천원인데 비해 미니버스가 약 14,000원. 그렇게 생각하면 비행기도 가성비가 꽤 괜찮다.
당연히 바가지가 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격표가 픽스돼 있었다. 듣던 것 보다는 여행하기 편하네? 심지어 카드결제도 된다. 현금결제하면 오히려 잔돈 꺼내느라 귀찮아하는 것 같다.
이렇게 시골 고속도로를 달려서 드디어 셀축에 도착한다.
슬슬 해가 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는 오후 4시경. 2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지중해성 기후답게 굉장히 따뜻하고 상쾌한 날씨였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분위기를 파악한다. 파악한 바로는 여기는 굉장히 한산한 도시다. 바로 숙소로 입성. 부메랑 하우스 되시겠다.
방은 꽤 괜찮았다.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룸을 잡으려 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프라이빗룸이랑 가격이 같길래 바로 개인실로 채택했다. 개인 방, 욕실이 딸려있었고, 방 내부에도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커피포트, 두꺼운 이불들, 책장, 테이블 등등... 안타깝게도 정상적인게 하나도 없었다. 배게 커버는 한쪽면에 뭔가 뭍어있는듯 했고 커피포트는 석회질이 코팅돼 있었다. 히터가 나오긴 하는데 거의 안따뜻해서 이불 두겹 덮고자다가 결국 마지막날 감기에 걸렸다. 1점짜리 평점으로 보답하였다. 암튼 로비는 이쁘다.
ㅂㄷㅂㄷ 하며 일단 짐을 내려놨다.
밥도 먹어야하고 동네 구경도 하기 위해 외출하려고 하니 카운터에서 안내인이 셀축 지도를 전해준다. 셀축과 에페소스 인근 여러 관광스팟을 안내해 주는 지도인데 택시비 한번 내고 스팟 3개 방문하는 방법 등등 여러가지 꿀팁을 알려준다. 여러분도 여행갈때 애매하면 호텔이나 게하 직원들한테 물어보면 오만가지 꿀팁을 다 알려주니 꼭 참고바란다. 일단 지도를 챙김.
밖으로 나와서 좀 걷다보면 이런 아래와 같은 돌덩이들이 튀어나온다.
이 배알없이 널려있는 돌덩이들과 저 끝에 그나마 하나 겨우 서있는 기둥이 무려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 터라고 한다. 나이를 먹고 만만하진 로마 제국을 여기저기서 침공하면서 여기도 같이 무너지게 된 것.
부지로 진입하는 길이 차 하나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길인데, 한무리의 미니버스들이 호객소리를 내는 중이였다. 이윽고 내가 걸어서 진입하자 누군가 불쑥 수풀에서 튀어 나왔다. '아유 코리안?' 마치 숨어서 나를 기다렸던 것 처럼... 코리안이라고 하니까 이미 다 알고있었다는 듯 '마이 쁘렌드~'하면서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더니 이 신전에서 발굴된건데 너한테만 팔겠다고 한다. 가격은 대략 5천원 정도였다. 참 그럴싸하지 않은 상품과 가격이였다. 코인이 안먹히니 이번엔 안내책자를 보여줬다. 신전의 여러부분을 자세하게 나타낸 책자였는데 이건 거의 2만원 가까히 했다. 필요없다고 하니 갑자기 자기 오토바이 자랑을 좀 한 다음 뒤따라온 다음 손님들에게로 이동했다. 드디어 자유로워진 나는 유적을 거닐 수 있게 됐다.
유적 자체가 시설이 잘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유지보수는 커녕 돌덩어리로 터 정도만 유지하고 있어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 몇몇 소수 인원이 와서 서로 사진찍어주고 퇴장할 뿐인 심심한 신전.
나도 잠시 구경 후 유적 터를 빠져나왔다. 뒤에서 아저씨가 '굿바이! 코인이 필요하면 돌아와'라고 소리쳤다.
다시 셀축 중심가로 돌아왔다.
나름 중심가라 은행, 학교, 마켓, 식당 등등이 다 있었다. 나도 여기서 저녁밥을 먹기로 한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장님이 터키식 피자인 라흐마준을 만들어 주셨다.
음료 포함 한국돈으로 약 8천원 정도 했으니 이제 터키 물가는 도저히 싸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음식 맛은 좋았다. 불을 쓰는 음식은 다 잘하는 것 같다.
암튼 저녁도 먹었겠다. 도시를 좀 돌아다녔다.
뭔지모르겠는데 무슨 정치적인 이벤트가 진행중인가보다. 당 이름을 검색해보니 지금 튀르키예 독재자인 에르도안 아저씨에 적대하는 정당인 듯 하다. 잽싸게 빠져나오도록 한다.
그러다가 의류 상점가를 지나가게 됐다. 마침 벨트고리 거는부분이 부숴져 새로 사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잘 됐다 싶어서 가게로 들어갔다. 제일 무난하고 저렴한 120리라(약 5~6천원)짜리 가죽벨트를 캐셔 위에 올려두고 익스큐즈미~ 하고 불렀다. 어디선가 들려오던 부부싸움소리가 뚝 그치고 잠시 후 아저씨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내 물건을 보더니 갑자기 휘둥그레 한 눈으로 오! 보는눈이 있다면서 이건 420리라라고 염병을 시작한다. 어이가 없어서 가격표에 120이라고 적혀있다고 보여주니 그럼 오늘만 특별히 120리라로 해주겠다고 마이 쁘렌드! 이러고 포옹하고 계산해줬다. 봉투받으면 10리라 더 내놔라고할까봐 봉투도 안받음. 입구 나갈때 까지 포옹만 3번을 했다. 그리고 나가자 마자 부부싸움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유쾌한 셀축 첫날이었다. 메르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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