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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밴쿠버(23.11.30~24.01.25)

시애틀(Seattle) 당일치기 여행

24/01/22 월

 

목요일에 이스탄불로 떠나기 전 밴쿠버에서의 마지막 외부일정. 3~4시간 거리의 미국 도시 시애틀로의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가까이 있는 미국 대도시라는 점 때문에 밴쿠버에 지내는 많은 학생들이 시애틀로 짧은 여행을 가곤한다.

 

 

주로 1박, 2박 등을 하면서 시티패스로 주요 스팟을 돌아고본 한다는 데, 사실 대도시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나는 그 정도까지 할 생각이 없고, 분위기만 살짝 보고 올 생각으로 당일치기로 계획했다. 숙박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이동시간이 버스로 왕복 7~8시간인지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밤 늦게 도착하는 하드한 계획을 짤 수 밖에 없었다.

 

버스는 Wanderu를 통해 예매한다. 버스나 기차 가격을 시간대에 따라 가격비교를 한번해 해 볼 수 있는 페이지이다. 나는 아침 7시반에 출발하는 Flixbus를 예약했다. 유럽여행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국어 없는 페이지에서 버스 예약하는 것도 긴장되곤했는데 이제는 숨쉬듯이 자연스럽다.

 

아침7시, 밴쿠버의 기차역이자 버스터미널인 퍼시픽 센트럴(Pacific Central)역에 도착했다.

 

 

밴쿠버 역사 초창기에 지어진 이 고풍스러운 건물은 또 하나의 랜드마크이다. 저 빨간글자가 영미권 감성을 더해준다.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당일치기라서 짐도 텅텅 빈 가방 하나뿐이라 몸이 가볍다. 버스안에는 충전기, 와이파이, 화장실이 구비돼있다.

 

앞자리에 앉은 분께서 미국 여행을 위해 머리를 하고 계신다.

 

출발한 후 1시간 정도만에 캐나다-미국 국경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모두 버스에서 짐을 가지고 내린 후 입국 수속을 통과한 뒤 다시 버스에 탑승하게 된다. 미국 입국을 위해서는 ESTA라는 미국 여행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하는건 물론이고, 입국 신청서를 작성해서 입국 수속할 때 제출해야 한다. 입국 신청서는 버스탈때 기사님이 미리 나눠주면 버스에서 작성하는데 보통이다. 펜 하나는 꼭 챙겨서 탑승하시길. 줄을 서있다가 입국 신청서를 제출하고 간단한 인터뷰를 한다. 몇명이서 왔냐, 언제 돌아가냐 뭐 이런거 간단하게 물어본 후 X레이 가방검사를 한다. 음식물이나 술/담배류가 있는지 뭐 이런거를 보는거 같다. 나는 가방안에 우산, 보조배터리뿐이라 금방 통과해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또 다시 2시간 반정도를 달려 시애틀에 도착한다. 아까 머리하시던 분은 파마가 이쁘게 완성되셨다. 시애틀에도 도착 포인트가 여러개 있는데, 내 짐작으로 이 버스는 다운타운이 최종 목적지이고, 그 바로 이전에 워싱턴 대학교에서 한번 정차한다. 버스로 대략 30분거리인데, 돈에 눈이 먼 나머지 몇 달러 더 저렴한 워싱턴 대학교행으로 예약해버렸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한번 더 시내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가야함을 깨달았다. 한가지 더 깨달은 것은 바로 지금 사용중인 유심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어제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분명 되는걸로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상품을 샀을 때의 얘기인 것 같다.

 

비가 내리는 워싱턴 대학교

 

이 자리에 서서 디지털 난민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대학교 내부의 스타벅스로 이동한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블랙 커피 한잔으로 뇌를 활성화 시킨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구글맵 오프라인 저장. 그리고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 시간, 정류장 위치 등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한다. 그 다음으로 한 일은 교통권 구입. 시애틀이 포함된 King County에서는 교통권을 오프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앱 으로 이용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Transit Go) 버스 1회권이 2.7달러인데, 하루 무제한이 8달러. 최소한 3번을 탈 것 같기도하고, 언제 또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무제한권으로 구매한다. 버스를 탈 때 QR코드를 그냥 기사님한테 보여드리면 된다. 참고로 여기는 버스 이름이 메트로다. 헷갈림ㅋㅋ. 다만 시애틀에서도 버스가 10~20분에 한대씩 오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곧 도착한 버스를 타고 드디어 다운타운에 도착했다.

 

시애틀 첫 인상. 뭔가 밴쿠버랑 비슷하다.

 

 

다운타운을 산책하기 이전에 일단 밥부터 먹기로 한다. 뜨뜻한 국밥이 땡기는 비오는 날씨라 근처에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가기로 한다. 왠지  작년에 갔던 드레스덴 여행이 오버랩된다. 비도 오고, 뭔가 칙칙 우중충하고, 고풍스럽고, 도착하자마자 쌀국수먹고. 맛은 그냥 보통 쌀국수 맛인데 양은 많았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대충 24,000원...하...

 

그렇게 한끼 떼운 후 본격적으로 돌아보기로 한다. 현재시각 오후 1시. 가장 먼저 도시 분위기를 보기 위해 파이어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까지 산책해보기로 한다. 밴쿠버의 시작이 개스타운인 것 처럼 최초의 시애틀이 바로 파이어니어 스퀘어에서부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근대적인 건물들이 보이는 동시에, 현대적인 고층빌딩도 섞여 있다. 밴쿠버에서 고층 빌딩이 더 늘어나면 이런 느낌이 나지않을까 싶다.

 

파이어니어 스퀘어의 랜드마크 스미스 타워(Smith Tower).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건물이다.
시애틀 추장의 동상. 백인과 원주민의 공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파이어니어 스퀘어 지하에는 사실 지하도시가 있다. 이 지하도시는 사실 100년도 더 이전의 시애틀이다. 19세기 후반 시애틀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목조로 건설된 이 도시는 폐허가 돼 버렸는데, 이를 복구 하는 과정에서 원조 시애틀을 덮어버리고 2층 위치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여 지금의 시애틀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지하에 해당하는 과거의 1층도시는 지금까지 보존되어오고 있으며 투어 관광상품이 운영중이다. 신기하긴 하지만 겉핥기만 하기로 한 나는 패스. 

 

파이어니어 스퀘어까지 쭉 걸어갔던 나는 해안가를 따라 다시 다운타운 방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비오는 항구도시는 축축하고 우중충한 느낌을 준다.

 

항구도시라 그런지 길을 따라 해산물 레스토랑이 꽤 보였다.

 

길을따라 30분 정도 걷다가 도착한 곳은 바로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스타벅스 1호점 , 껌 벽등 유명한 스팟들이 여기에 모여있다. 접근하는 길에 가장먼저 보게 된 랜드마크 껌벽. 씹던 껌으로 온 벽이 덮혀있다.

 

극혐 주의

 

 

으아악ㅋㅋㅋㅋ 진짜 졸라 징그러움ㅋㅋ. 여기 달달한 껌 냄새가 진동을 한다. 씹던 껌을 사람들이 계속 붙이나보다. 내리막 골목을 따라 벽 전체가 이렇게 덮혀있는데, 비위 나쁜사람은 멀리서만 보시길.

 

아무튼 이 길을 지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입구에 도착했고, 입구를 지나쳐 조금 더 가다보니 스타벅스 1호점이 나왔다.

 

 

굉장이 작고, 협소한 동네 슈퍼마켓 느낌이 물씬 났다. 주문하려면 30분씩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전혀 줄을 서있지 않았다. 아마 평일 낮이여서 그럴 것이고, 그렇다고 한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매장 가운데에 경계선이 있고, 왼쪽이 굿즈 구매 줄, 오른쪽이 커피 주문 줄인것으로 보인다.

 

 

나도 커피를 좋아해서 여기까지 온김에 텀블러라도 하나 사갈까 생각했는데... 뭐 엄청 이쁜것도아니고 실용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텀블러가 대략 한화 3만원...! 내가 사용할 용도, 선물 용도 등 다양한 케이스를 생각하며 사갈까말까 한참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사기로 결정! 커피 원두는 커녕 아메리카노 한잔 사먹지 않고 사진만 찍고 나왔다.

 

기념품인 1호점 와이파이 스샷. 잘썼읍니다.

 

매장 분위기나 굿즈에 대해 실망했다, 기대하지마라는 평이 많은데, 굿즈는 좀 그렇지만 매장 자체는 지금의 초대형 프랜차이즈의 출발점이 된 동네 카페스러운 소박한 느낌이 나서 좋았던 것 같다.

 

1호점 와이파이로 또 구글맵 스크린샷 몇개 찍어둔 후에 바로 앞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갔다. 이 마켓은 20세기 초반에 오픈한 종합 재래시장 단지이다. 마켓 안밖으로 스타벅스 1호점을 포함한 수많은 유명 음식점, 가게들이 포진해 있어서 볼게 굉장히 많다. 아마 시애틀 관광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영미권 입구
입구에 있는 유명한 돼지 레이첼

 

이 마켓은 수산물 시장으로 유명하다. 딱 보기에도 엄청 맛있어보이는 수 많은 해산물 재료를 팔고있다. 우리나라 회 센터 느낌은 아니고, 말 그대로 식재료로써의 해산물들을 팔고 있다.

 

가장 유명한 가게가 바로 여기. 손님이 생선을 주문하면 직원들이 생선을 던져서 전달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왕복 비행이였는데 편도밖에 못 찍었다.

 

마켓은 입구가 6층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쭉 뻗어있다. 별별 신기한 가게들이 다 모여있다.

 

오래된 신문, 잡지를 파는 곳
중고 서점
만화책, 피규어 등 아이템을 파는 곳
마술용품 파는 곳

 

마술용품점 들어가자마자 주인아저씨가 뭐 찾는거 있냐고 묻길래 그냥 둘러보러왔다고 했더니 그럼 마술이나 보고가라고 갑자기 카드 마술을 시작했다. 한 20분동안 서서 마술보고 박수치면서 와앗?? 오마이갓!! 이런 리액션 하다가 나왔다. 생각해보니 물건은 못보고 마술만 보다 나옴.

 

마켓 플레이스에는 이외에도 꽃, 꿀, 그림, 수공예품, 옷, 가방, 빵, 과일 등등 재래시장에서 볼 수있는 모든 것들이 다 있다. 양옆으로 긴 마켓 건물을 따라 건물 외부에도 포스트 앨리(Post Alley)라는 골목길이 있다. 여기에도 많은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있는데, 스타벅스 1호점을 제외하고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 여기일 것이다.

 

차우더 맛집

 

차우더는 해산물이 들어간 북미식 스프인데 보통 조개(clam)를 넣기 때문에 클램 차우더라고 얘기한다. 이 곳은 차우더 챔피언십에서 수없이 많이 우승을 거머쥔 곳으로 유명한 가게. 확실히 맛있다. 근데 이게 그렇게 복잡한 요리인가? 여기도 주말에는 가게 오픈하자마자 1시간씩 줄 서서 먹는 곳이라고 하는데, 나는 전혀 대기없이 들어갔다. 아 오늘 흐름 매끄럽네ㅋㅋ. 시애틀 가실꺼면 평일에 가시길...

 

차우더로 저녁밥을 떼운 후 오늘의 마지막 스케쥴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로 이동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5분정도 걸어가 Westlake Center 모노레일역에 도착한다. 이 모노레일을 타면 단숨에 스페이스 니들로 이동할 수 있다.

 

한국 밖에서 처음 본 스크린 도어

 

재보진 않았지만 체감상 거의 3분만에 도착했다. 바로 스페이스 니들 매표소로 가서 키오스크를 통해 티켓을 구입한다. 입장 티켓이 대략 40달러. 전망대 입장이 거의 5만 4천원 ㅂㄷㅂㄷ... 여기까지 왔으니 아까워 하지 않기로 한다.

 

1층의 마켓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금방 도착한다. 스페이스 니들은 롯데타워처럼 360도 뷰를 볼 수 있다. 밴쿠버 룩아웃에서 그랬던 것 처럼 일몰이 시작될쯤 부터 밤이 될 때 까지 도시의 야경을 바라봤다.

 

타워 내부의 카페

 

밴쿠버의 야경보다 좀더 고층빌딩이 많은 대도시의 느낌이 난달까... 항만시설과 캐나다 플레이스가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밴쿠버와는 확실히 좀 다르다. 정확하게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다. 1시간 정도 뷰를 열심히 구경한 후 내려왔다.

 

타워는 하루종일 회전한다

 

이제 다시 밴쿠버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시애틀은 오늘 본 것들 말고도 여러가지 박물관 등 볼 거리가 많지만 나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이다. 스페이스 니들에서도 다행히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다시 워싱턴 대학교로 돌아갈 경로를 저장해 뒀다. 어렵지 않게 정류장으로 돌아가 시간에 맞게 온 버스를 탑승한다.

 

버스 타러 가는 길
데니 공원(Denny Park)

 

저녁 버스가 자주 캔슬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나는 별 탈이 없이 버스를 탔다. 이번에도 Flixbus. 2시간 쯤을 달려 이번에는 캐나다 입국 심사장에 도착했다.

 

 

미국 입국 심사장에서는 보지못한 마약탐지견이 돌아다닌다...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막상 내 차례가 되면 캐나다에 왜 가냐 뭐 이런 심플한 질문을 받게되고, 엉망진창인 영어로 더듬더듬 대답해도 끝까지 기다려 주는게 영어학원 기초반 같은 느낌이였다. 그다지 긴장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통과하는 버스

 

미국 입국할 때 보다 더 빠르게 통과하며 다시 캐나다로 향하기 시작한다. 국경지역에서 대충 1시간 정도를 달려 다시 밴쿠버 퍼시픽 센트럴 역에 도착한다. 이 때의 시간 밤 11시 반. 아 미국 한번 가봤다. 여권에 도장도 좀 찍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