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튀르키예(24.01.26~24.02.22)

페티예 2일차 - 패러글라이딩, 사클리켄트 국립공원(Saklıkent National Park)

SecretVodka 2025. 1. 2. 01:23

24/02/07 수

 

간밤에 있었던 일들

1. 누가 창문을 열었놨다. 진짜 개빡친다. 자다가 중간에 추워서 깬 후 창문을 한번 닫았는데 일어나니까 또 열려있었다.

2. 윗 층 침대에 자고있던 중국인인지 대만인인지 모를 누군가가 내 침대로, 내 머리 바로 옆으로 정확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떨궜다. 근데 그 폰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개빡쳐서 모른척하고 싶었으나 혹시나 도둑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고하니 직접 깨워서 전달했다.

 

아침 7시에 기상. 배낭 여행 다니면서 11시 취침 7시 기상 칼같이 하는 나도 참 야무진 사람인 것 같다. 호스텔 조식이 꽤 괜찮다. 자극적이지 않고 소화에 무리없는 메뉴.

 

 

오늘 일찍 일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해 뒀기 때문! 페티예 인근 해수욕장인 욀류데니즈(Ölüdeniz)가 스위스의 인터라켄, 네팔의 포카라와 함께 3대 패러글라이딩 명소라는 찌라시가 있다. ‘Gravity tandem’이라는 업체에 왓츠앱을 통해 예약했는데 안내가 상세하고 응답이 빨라서 좋았다. 달러, 유로, 리라로 결제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리라로 받는건 별로 안좋아하는 눈치였다. 2,862리라, 한화로 약 147,000원. 비수기라서 그런지 예상보다 더 저렴했다.

 

9시 쯤 숙소 바로 앞에서 픽업 셔틀을 탔다. 셔틀에 나랑 1살 차이나는 한국인이 있어서 안면을 트게 됐다. 나랑은 반대방향으로 튀르키예 여행을 하다 오늘 나랑 만난 모양이다. 곧 해변가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여 결제 및 짐을 보관하고 주변 산책을 하면서 산으로 출발할 때 까지 기다렸다. 산에서 점프한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바닷물 색이 매우 선명하다.

 

 

곧 또 다른 픽업 트럭에서 고객 2명이 더 등장했고, 다 같이 1,200미터 위로 이동한다. 단양 패러글라이딩이 500~600미터 정도 했던거 같은데, 1,200미터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헬멧과 하네스 등 장비를 차고 위치에 섰다. 역시 고도가 높으니 춥다. 바람이 너무 강하거나하면 비행 못 할 가능성도 크다고 하던데,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이런면에서 나는 운이 정말 좋은 듯 하다. 강사 아저씨의 신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고, 시퍼런 바다 위를 날았다.

 

 

파란 바다, 바위 산, 섬, 작은 마을이 비행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뷰를 보여주고 있어 질리지 않는다. 살면서 볼 수 있는 바다가 있는 광경 중 베스트를 오늘 본 것 같다. 고도가 높다보니 한참동안 날아다니게 된다. 무려 25분 정도를 공중에 떠있다가 내려왔다. 강사 아저씨는 10년넘게 여기서 뛰고있다고 한다.

 

장비를 빼고 쉬면서 아까 만난 한국인 아저씨와 재회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대단히 만족한 것 같다. 페티예로 돌아오는 길에 잡다한 얘기를 하다가 이후 일정이 뚜렷하게 없는 것 같길래 동행을 제안했고, 우선 식사먼저 한 후 사클리켄트 협곡에 가보기로 했다.

 

식사는 마을 어딘가의 케밥집에서 했다. 이스켄데르 케밥(İskender kebap)이란걸 먹었는데, 이스켄데르라는 사람이 개발했다고 한다. 비주얼은 제육덮밥 비슷한데 맛은 요거트+토마토맛 소스 덕분에 새콤달콤하다. 고기는 양고기인데도 누린내도 안나고 맛있었다.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떼웠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여행 중 카페에서 쉬는 거 정말 좋다.

 

어떤 버스를 타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행자와 나는 아무 버스나 붙잡고 사클리켄트!를 외치며 버스를 찾았다. 히치하이킹에 가까운 이 과정을 30분정도 반복한 끝에 드디어 미니버스 탑승. 배차 간격이 꽤 큰가보다.

 

미니버스에 사클리켄트 가는 관광객은 우리 둘 뿐이였다. 기사님이 가는동안 먹으라고 오렌지도 주고, 갑자기 중간에 포토스팟이라고 멈춰주면서 사진 찍고가라는 등 가이드 역할을 해주셨다.

 

포토 스팟에서 찍은 뷰. 덕분에 사클리켄트 협곡을 멀리서 찍을 수 있었다.
오렌지 사진을 찍는 나를 백미러로 보고 계시는 기사님

 

그렇게 1시간쯤 걸려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계곡 근처에는 가게들도 다들 닫혀있고 얼핏보면 완전 버려진 관광지같다. 버스는 2시간 뒤에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입장권(23리라, 한화 1,100원 정도)을 끊고 들어감. 점심 내내 봐왔던 바다와는 180도 다른, 웅장한 감동이 있는 협곡이다.

 

 

서로 다른 물색깔이 합쳐지는 신기한 장면. 석회수와 지하수가 합쳐지는 포인트라 한다. 좀 더 깊게 트래킹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물길에 가로막혀서 5분도 채 못 들어갔다. 더 들어 가려면 물에 다리를 넣고 이동해야 하는데, 겨울에는 힘들 것 같고 여름에 아쿠아슈즈 같은거 신고와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개울가에 한참동안 앉아서 오렌지 까먹고 노가리 까다가 사진 찍다가 하며 버스가 돌아올 때 까지 시간을 보냈다. 오렌지도 좋지만 막걸리와 두부김치가 필요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오니 6시반 정도. 페티예 중심에 있는 수산물 시장으로 들어가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보통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구입하면 레스토랑에서 그 생선을 요리해 주는 방식인데, 우리는 생선 구경만 좀 하다가 구입하지는 않았고, 근처 시푸드 레스토랑으로 가서 파스타를 먹었다. 식사후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며 우리는 여기서 작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