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튀르키예(24.01.26~24.02.22)

안탈리아 9일차 - 올림포스 텔레페릭(Olympos Teleferik)

SecretVodka 2025. 1. 14. 03:42

24/02/16 금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안탈리아 여행의 하이라이트, 올림포스 산으로 갈 것이다. 올림포스 산은 안탈리아에서 차로 대략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관광지인데, 따뜻한 지중해 해변에서 휴양하는 곳인 안탈리아와는 조금 다른 테마로 눈 덮힌 산을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올림포스 텔레페릭(Olympos Teleferik)이라고 함. 마침 인스브루크와 휘슬러가 그리워지던 타이밍인데 한번 가보기로 한다. 이름을 보고 혹시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이 살던 그 산인가 하고 검색해 봤는데, 지중해 주변 국가들이 '여기가 신화 속 그 산이야'하고 주장하는 산이 아주 수두룩하더라.

 

 

트램 연결이 안 돼있기 때문에 보통 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나같은 부랑자 뚜벅이는 오직 대중교통을 고집할 뿐이다. 산으로 가기 위해서 미니버스남바(Bus number) TA08을 타야 하는데, 이것은 Aktur Park 맞은편에 있는 Migros앞 육교 아래에서 탈 수 있다. 테키로바(Tekirova)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됨. 버스는 90리라(약 4,300원).

 

여기서 탄다. TA08

 

2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정시에 도착했다. 총 1시간정도를 이동하게 된다. 중간에 케메르(Kemer)라는 도시에서 갑자기 버스 탑승객 전원의 신분증을 검사한다. 튀크키예에서는 버스타고 도시를 이동할 때 마다 군인들이 신분증을 검사한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위협 때문인 것 같다는 추측을 하는데.. 앞쪽 좌석에 앉은 승객 몇명만 검사하더니 그냥 철수하네? 역시 유도리의 나라.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은 도시와의 거리가 멀다보니 모바일 데이터가 안터지는 구간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 잘 터지는 나라는 참 드물다. 덕분에 바깥 구경을 한참 하게됐고, 한적한 시골마을과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게 됐다. 차량도 적고, 사람도 적고, 건물도 적지만 한가하고 깔끔함과 맑음이 느껴지는 마을이구나. 그런곳에서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버스가 나의 목적지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가노? 분명 목적지 방향으로 가고있었는데,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뀐 것 같다.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놀랍게도… 올림포스 산으로 간다고 미리 얘기 안하면 그 방향으로 안간다고 한다. 뭐요? 아니 대중교통이 그런게 어딨어?? 기사아저씨가 본인 판단껏 움직인 것 같다. 역시 미니버스는 바퀴달린 드라마다. 결국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게 됐다.

 

버스가 나를 여기에 떨궜다

 

다행히 목적지에서 고작 2km밖에 안떨어진 곳이다. 걷는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 정도 돌발상황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30분쯤 걸어서 산 입구에 도착했다.

 

올림포스 산 입구. 오른쪽에 작게 보이는 오두막이 셔틀버스 매표소이다

 

여기서 케이블카(텔레페릭) 탑승장까지 걸어가는것은 비현실적이므로 셔틀버스를 타야한다. 매표소에서 셔틀 탑승료 100리라(약 4,800원)를 지불했다. 셔틀은 유도리껏 20분을 지각한다. 각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참 다행이다.

 

셔틀 승객은 나뿐이였다. 탑승객이 많이 없는 시즌에는 혹시나 추가적인 탑승객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다리느라 출발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기사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오르막길을 올랐다.

 

부앙-

 

이 아저씨도 서울여행을 해 본적이 있다고 한다. 대충 스몰토크가 끝나고 어색한 모먼트가 시작될 때 쯤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다. 시간표를 보니 케이블카 출발 2분전. 이걸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번개처럼 달려서 탑승장에 뛰어든다. 케이블카는 920리라(44,000원) ㅎㄷㄷ;;;;; 비싸다… 롯데월드 자유이용권보다 비싸다.

 

 

약 15분정도 산을 올라간다. 만만해 보이는 이 산은 2,300미터 이상의 산으로 꽤 높은 산이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인스브루크와 휘슬러가 떠오른다. 케이블카에 80명은 족히 들어갈 것 같지만 비수기라 텅텅 비어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올림포스산 정상.

 

 

영락없는 설산인데 따뜻한 지중해 바다가 눈에 보인다. 한눈에 따뜻함과 차가움이 모두 느껴지지만, 피부는 개춥다고 얘기한다. 왜냐면 여기는 무려 2,365메다 고도이기 때문에.

 

15분 정도 구경하다보니 하산하는 케이블카가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한지 겨우 15분만에 내려가는 것인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뷰는 정말 만족스럽지만 최근 몇 달간 설산을 질리도록 봐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파묵칼레와는 반대로 나는 그냥 그랬지만 남들에게는 추천할만한 곳.

 

내려가용

 

케이블카를 타고 탑승장까지 다시 내려왔다. 이제 탑승장에서 산 입구까지 다시 셔틀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셔틀을 타야한다는 말은? 다시 유도리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 셔틀 출발시간을 조사해보았다. 홈페이지에는 2시 45분, 인포데스크에서는 3시, 기사아저씨는 3시 25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유도리의 범주가 내 상식과는 좀 다르다. 기다리는동안 주변 구경도 좀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메리카노가 무려 8,800원이다.

 

 

결국 기사 아저씨의 뜻대로 3시 25분에 출발하여 산 입구로 내려왔다. 안탈리아로 돌아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냐고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산의 입구 앞에있는 국도 건너 편에서 지나가는 버스들을 세운 후 안탈리아로 가는지 물어보고, 간다고 하면 탑승하라’고 한다. 아니 버스를 히치하이킹하라고?

 

변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검색을 하며 정보를 수집한 결과 30분정도 걸으면 버스를 안전빵으로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버스정류장과 주변 마을. 평화로워 보이지만 주변에 폐가가 많아서 무섭다

 

한가한 소규모 마을. 마켓과 식당, 상점들이 모두 닫혀있다. 비수기라서? 구글맵 가라사대 20분 후에 버스가 온다지만 또! 깜깜무소식이다. 엄청난 걱정이 시작됐다. 혹시 집에 못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ㅎㄷㄷ; 여기서 안탈리아까지 걸어서 몇 시간 걸리는지 검색해보기도 했다. 답도 없다. 17시간 뜬다. 혼자서 이런 난리를 치다보니 TA08 버스가 10분을 지각해서 도착했고, 다행히 무사히 안탈리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대중교통의 도착시간과 같은 사소한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잃어본 사람만 안다.